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사진=머니S DB

“3년 안에 연매출 2조원을 실현하는 국내 1위 백화점을 만들겠습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2016년 신세계 강남점 증축 오픈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3년 뒤 정 총괄사장의 계획은 현실이 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최초로 단일 점포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국내 1위 자리 수성은 물론 글로벌 백화점으로 우뚝 섰다.

◆2조 백화점 비결은 ‘정유경표 럭셔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다. ‘2조 클럽’에 입성한 강남점은 프랑스 파리의 라파예트, 영국 런던의 해롯, 일본 신주쿠의 이세탄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신세계 강남점은 개점 10년차인 2010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단기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17년에는 지난 40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 기록을 앞질렀다. 여기에 이번에는 국내 첫 2조 점포라는 새로운 기록을 추가한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이 또 하나의 신기록을 세운 데는 정 총괄사장의 공이 크다. 정 총괄사장이 이끈 강남점 증축 및 리뉴얼의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초대형 점포, 명품 특화, 전문관 등을 앞세운 이른바 ‘정유경표 럭셔리’ 효과다.

강남점은 2016년 증축을 통해 영업면적이 기존 5만5500㎡(1만6800평)에서 8만6500㎡(2만6200평)으로 늘며 국내 최대 면적의 백화점으로 재탄생했다. 브랜드 수도 기존 600여개에서 1000여개로 확대했다.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2015년 1조3000억원이던 강남점 매출은 증축 직후인 2017년 1조6620억원, 2018년 1조80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을 견인한 건 명품이다. 정 총괄사장은 강남점 증축 당시 ‘명품 백화점’ 전략을 내세워 업계 최초로 ‘전문관’을 선보였다. 제품을 브랜드별로 구성하지 않고 신발, 컨템포러리, 생활, 아동 등 품목별로 배치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전문관은 매년 두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발렌티노 등 명품 브랜드를 여성·남성·슈즈로 나눠 총 12개의 별도 매장을 운영하는 등 명품군을 강화했다. 1층에는 ‘더 스테이지’라는 명품 전용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샤넬,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먼저 찾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강남점 명품 매출 비중은 신세계백화점 평균 매출(10%)의 4배가 넘는다. 

뿐만 아니라 정 총괄사장은 강남점에 면세점과 특급호텔을 연결해 ‘원스톱 쇼핑’ 시스템을 구축했다. 백화점 내부에 면세점을 개장하기 전인 2018년 6월에 비해 지난해 말 외국인 매출은 90% 늘었고 이 중 명품 매출은 200%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흰 쥐띠 해’ 성장 가도 달릴까

정 총괄회장은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 총괄회장의 방향 감각과 과감한 추진력, 승부사 기질 등을 높게 산다.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도 그가 손을 댄 사업은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정 총괄사장은 현재 신세계그룹에서 백화점뿐 아니라 면세점, 패션·뷰티 사업을 맡고 있다. 총괄사장에 오른 직후인 2016년에는 면세점사업을 직접 주도하면서 다른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 창출을 꾀했다. 

그 결과 롯데와 신라로 굳건하던 면세시장의 양강 체제는 무너지고 롯데·신라·신세계의 ‘빅3’ 구도로 재편됐다. 신세계면세점은 2016년까지만 해도 적자를 기록했으나 정 총괄회장이 등판한 직후인 2017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인천공항에서 ‘면세의 꽃’이라 불리는 화장품·향수 사업권을 따냈다. 

지난해 신세계의 면세사업 매출은 3조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과 박서원 두산그룹 전무 등이 추진한 갤러리아, 두타면세점은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정 총괄회장이 재벌가 3세 면세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뚝심도 인정받는다. 패션사업에 집중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 총괄사장의 주도로 2012년 뷰티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4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정 총괄회장의 아낌없는 투자 덕에 비디비치는 2017년 266억원, 2018년 1250억원,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며 초고속 성장했다. 정 총괄회장이 주도한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2016년 12월 1호점을 낸지 3년 만에 매장을 30개까지 늘렸다.

정 총괄회장은 올해 각 사업군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도 꾸준한 성장을 노리는 동시에 내년 대전에 선보일 사이언스콤플렉스 건립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달로 예정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입찰에서도 공격적인 베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정유경 화장품’ 비디비치의 중화권 사업을 확장한다. 티몰 내수몰 입점을 추진하며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선보인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연작’과 올해 내놓을 ‘로이비’로 뷰티 브랜드 위상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1972년생 쥐띠인 정 총괄회장은 올해 자신의 해를 맞아 본격적인 상승 가도를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새해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정 총괄회장. 앞으로의 행보에 업계의 눈길이 쏠린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 프로필
▲1972년 출생 ▲예원학교·서울예고·이화여대 비주얼디자인학과·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졸업 ▲1996년 조선호텔 상무 ▲2009년 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현)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