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자 예외 없다" 시장감시 칼 빼든 정부

올 들어 해외사업자를 향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점유율을 차지한 넷플릭스와 구글이 올들어 차례대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각 정부부처는 앞서 조사했던 내용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향후 해외사업자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세계 경쟁당국 최초로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 약관을 시정한 부분이나 해외사업자 기준 최고 과징금을 부과한 구글 사례를 보면 관련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이용자 선택권'

전세계 190개국에서 서비스중인 넷플릭스가 이용자 약관을 수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크게 6개 유형을 불공정약관으로 판단했다. 요금변경 내용 통보, 회원 사고책임 범위, 계정의종료·보류 조치사유,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 회원계약 양도·이전, 유효 간주조항 등 영역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요금제 변경 시 통보 후 자동 전환됐던 부분에 회원 동의가 더해졌고 계정의 종료·보류 조치에 대한 사유도 한층 명확해졌다. 넷플릭스는 자진 시정을 통해 ‘이용약관 일부 조항을 위반하거나 불법복제, 명의도용, 신용카드 부정사용, 사기·불법행위에 가담하는 경우’를 명시했다.


사용여부와 관계없이 계정에서 발생하는 활동에 대해 전적으로 회원이 책임졌던 부분도 개선됐다. 공정위가 “사업자의 고의·과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회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회원 책임범위가 ‘계정 사용’으로 구체화됐다.

넷플릭스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후 지난 20일 변경된 약관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부터 약 6개월 간의 검토기간을 거쳐 넷플릭스에 대한 시정명령 판단을 내렸다. 불공정약관에 대한 시정명령인 만큼 실태조사 및 조율을 거쳐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정명령에 따라 국내서비스를 준비중인 OTT사업자도 관련 기준을 참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판단한 불공정약관의 기준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다. 회원의 동의가 빠지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유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영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공정위가 “OTT 분야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사업자의 신규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시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국내서비스가 예상되는 ‘디즈니+’나 ‘애플TV+’도 이용자 약관을 점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철퇴 맞은 구글, 과징금 폭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22일 오전 제4차 전체회의를 열어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및 업무절차 개선을 명령했다. 

회의를 통해 방통위는 정당한 사유없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한 행위(4억3500만원)와 청약 철회기간, 구독취소 및 환불정책을 고지하지 않은 부분(4억3200만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2가지 위반사항에 따라 총 8억76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방통위는 구글이 무료체험을 통해 가입한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고 유료서비스로 전환함에 따라 환불 및 취소 과정에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인지했다. 이용자가 계약 해지를 신청하면 그 즉시 효력이 상실되고 잔여기간에 비례해 환불을 제공하는 민법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1일간 사용하고 해지를 신청한 이용자와 29일간 쓴 가입자가 동일하게 취급한 부분도 전기통신사업법령 규정 위반으로 봤다. 

월 이용요금 등 중요사항 고지 의무도 소홀히 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입자가 매달 내는 요금을 고지할 때 광고 팝업창에서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월 7900원으로 안내했고 구매정보 입력 화면에서는 ‘0원’으로 표기한 점도 문제가 됐다. 

구글에 해외사업자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방통위도 이용자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국내법을 위반한 행위를 지적했다. 앞서 넷플릭스에 불공정약관 시정명령을 내린 공정위와 온도차는 있지만 국내 이용자의 권리 침해를 기준으로 삼은 점은 동일하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글로벌 동영상 콘텐츠 제공 사업자도 국내법 취지와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하에 처분이 이뤄졌다”며 “향후 인터넷 및 모바일서비스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자 보호, 확대될까

해외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처분이 내려진 만큼 업계에서는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OTT를 비롯한 콘텐츠시장이 국내외 사업자의 구분없이 치열한 경쟁구도로 흘러가는 만큼 동일한 국내법을 적용해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부처의 시정명령을 해외사업자가 어디까지 수용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사업자에게만 단속이 집중될 경우 또 다른 ‘역차별 논란’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불공정약관을 개선하는 차원의 시정명령을 내리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됐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에 대한 조사는 데이터를 수집하기까지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건을 인지하고 파악하는 기간이 필요한 데다 사업자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해 페이스북은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방통위 이용자정책국 이용자보호과 관계자는 “국내법 위반 및 이용자 피해에 대한 조사는 비단 해외사업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정당한 사유에 대한 위반 행위가 있는지 조사하고 이용자에 대한 피해를 확인하는 검토를 진행하지만 사건을 인지하고 결론을 내려야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추가조사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