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임한별 기자
지난해 ‘통큰 베팅’으로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가 많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아시아나항공을 초우량 항공사로 탈바꿈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손실 규모가 대폭 늘어 올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도 위기다.

◆시작도 전에 빨간불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HDC컨소시엄(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을 두고 이 같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입찰 전과 현재의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 그 이유다.


HDC컨소시엄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조5000억원을 베팅했다. 경쟁상대였던 제주항공(애경그룹)보다 1조원이나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 한마디로 ‘통큰 베팅’이었다. 그만큼 정몽규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본입찰을 앞두고 “그룹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금액 2조5000억원 중 금호산업이 매각하는 구주가격을 제외한 2조18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에 투입될 경우 부채비율이 기존 660%에서 26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까지는 시장전망이 나쁘지 않았다.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수요가 줄었지만 중국, 동남아 등으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왔다. 중국 등 주요 노선이 타격을 받으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중국노선 비중(19%)이 높았던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노선의 79%를 줄였다. 동남아노선 역시 기존대비 25% 축소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8일부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한창수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급여 30~40% 반납을 선언했다. 전직원에 대한 강제 무급휴직도 10일간 시행하도록 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는 이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사진=머니투데이 DB
◆임원 면담 중단, 인수 전략 수정?

정 회장은 각종 악재로 고심하는 모습이다. 최근까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임원들과 회사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하던 면담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지난해 실적 및 최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인수 전략 수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공개한 영업실적은 예상치를 하회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7조80억원, 영업손실 4274억원, 당기순손실 83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고 순손실 규모는 약 327%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지난해 손실 규모가 예상치보다 컸다”며 “HDC 측이 사전에 이런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전체적인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HDC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면담이 중단된 것은 아니고 회사와 개인일정 등에 따라 변동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