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스타트업 등 규모가 작은 기업과 자문계약을 맺고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면 공통적으로 겪는 피해 사례가 있다. 침해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업체가 상대적으로 더 큰 기업에게 기술을 탈취당한다.

◆아이디어 훔치고 모르쇠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충분치 않기에 투자 및 파트너십 기회가 생길 경우 자사 경쟁력을 상세히 소개한다. 기술 경쟁력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투자가 절실한 스타트업은 비밀유지약정서를 제안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문제는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기술을 소개한 이후부터다. 대기업 등 자본력을 등에 업은 계약 당사자는 관련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도의상 투자 및 파트너십을 체결해야 함에도 기술적인 원리를 습득한 만큼 독자 개발에 욕심을 낸다. 협력관계로 묶여 있는 하청업체에 제조를 맡기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모순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술탈취도 빈번하게 자행된다. 최근 진행했던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영세한 규모의 제조업체인 A사는 대기업인 B사로부터 건설공사에 쓰이는 X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후 A사는 X제품을 B회사에 납품하며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날 B사가 수요 부족을 이유로 X제품 주문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에 이른다. 알고 보니 B사가 C사에 요청해 관련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납품받고 있었다. 이는 명백히 A사의 기술을 탈취한 행위다.

당초 A사는 미리 만든 5000만원 상당의 제품만 구매하면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전했지만 B사의 경우 이 제안을 거절했다. A사는 억울한 마음에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청구했지만 계약 당시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 진행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과연 A사는 자신들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 받을 수 있을까.

◆구두계약도 유효… 권리 중시

법률적으로 구두계약도 계약의 종류임으로 A사는 미리 제조한 X제품에 대한 납품 대금을 B사에 청구할 수 있다. A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면 특허 침해도 주장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B사가 C사에 X제품을 제조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 형태 모방 행위에 해당한다.


B사는 공정거래법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법 제23조 제1항 제1호에서는 부당하게 거래를 거절하거나 거래 상대방을 차별 취급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한다.

마지막으로 하도급법 제12호의3 제3항에 명시된 ‘원사업자는 취득한 기술 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유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어 B사의 잘못을 주장할 수 있다.


A사는 B사를 상대로 진행한 소송에서 위에 열거된 다양한 법률을 근거로 승소했다. 결국 B사가 먼저 합의를 요구했고 A사가 원하는 조건이 수용된 채 사건이 종결됐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