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여객기.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시장의 우려에도 M&A 단행
공격적 경영으로 위기탈출 모색

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을 품었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각종 악재로 항공시장이 최악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강행한 인수다. 지난해 대부분의 항공사가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도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항공시장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만연한 가운데 제주항공의 이번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고민 끝에 가격 낮췄다

제주항공은 2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공시를 통해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지분율 51.17%)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제주항공은 약 3개월간 진행한 이스타항공 실사를 토대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고심 끝에 제주항공 이사회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했다.

최종 인수가격은 545억14만7920원이다.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 체결 당시 공시된 예상 인수가격(약 695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낮아진 것이다. 이번 실사기간 동안 이스타항공은 페이퍼컴퍼니 의혹, 추가 부실 가능성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항공업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가격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최종 계약이 늦어진 것은 가격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며 “결과적으로 최초 예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를 하는 제주항공이 득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양해각서 체결 당시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인 약 430억원을 지분취득예정일인 오는 4월29일 전액 납입할 계획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사간 양보를 통해 가격조정을 이뤄냈다”며 “운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위기 속 인수 강행, 제주의 속내는?

업계에서는 최근까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의구심을 품었다. 지난해 12월 양해각서 체결과 함께 연내 SPA 체결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두차례나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지난해 적자, 올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운항횟수 감소 등으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으로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제주항공뿐 아니라 모든 저비용항공사(LCC)의 존폐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합병(M&A)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제주항공 경영진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여진도 알고 있다”며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이 위기 속에서도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이유는 양사간 시너지 때문이다. 당장은 코로나19로 어렵지만 사태 해소 후를 보면 충분히 기대를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수송 점유율은 양사 합산 기준으로 국제선 18.8%, 국내선 24.3%이며 총 점유율은 20.7%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대한항공(진에어 포함),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에어서울 포함)의 총 점유율이 각각 38.8%, 30.5%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치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한 가운데 양사 직원들의 반응이 고무적이다. /사진=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화면 캡처
인수 확정 후 양사 직원들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나쁜건 다 없애버리고 좋은 항공사 같이 만듭시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후 ‘같이 귤 까먹을래요?’, ‘환영’, ‘이번 위기 잘 견뎌내고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등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시장의 반응도 우려보다 기대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확정 공시 이후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40분 기준으로 전월대비 800 포인트(P) 오른 2만9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석주 사장은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도전의 DNA’를 강조, 힘을 합쳐 새로운 역사를 만들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지난해 양해각서 체결 당시 자금투입을 통한 이스타항공 재무구조 개선 ▲양사간 시너지창출 ▲안전운항체계의 공동 업그레이드 등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2018년 말 기준 47.9%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이다. 지난해뿐 아니라 올 1분기까지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은 심각한 재정난에 지난달 직원들의 급여도 40% 밖에 지급하지 못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제주항공은 역동적이고 성장의 욕구가 강한 항공사”라며 “그 배경은 애경그룹의 자금력과 젊은 경영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기회로 본거 같다”며 “이번에 베팅을 했다. 실패하면 모두 어려워지는 공격적인 경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