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디렉터 로시./사진=스위치 프로모션·나오쇼룸
장점 찾아주는 ‘스타일 디렉터 로시’

#. 2015년 중국 상하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청춘은 속칭 ‘상위 1%’ 고객의 패션을 바꿨다. 중국어도 할 줄 몰랐지만 당찼다. VIP의 맞춤형 쇼핑을 돕는 ‘퍼스널 쇼퍼’(고객의 취향, 나이, 직업, 체형, 경제 수준 따위를 고려해 고객에게 적합한 물건을 추천해 주는 쇼핑 전문가)로 한달만 일하려던 그는 해마다 중국 곳곳을 누비며 ‘스타일 디렉터’로 이름을 날렸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미스트롯’ 출연진의 스타일 디렉터이자 패션 디자이너 ‘로시’의 이야기다. 로시는 현재 스타일 디렉터로 활동하며 패션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모델의 스타일까지 담당하는 그의 하루는 48시간이어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자칫 보수적일 수 있는 기업대표의 옷차림까지 조언한다는 것. 그가 말하는 스타일이란 무조건 유행을 좇는 트렌디함이 아니라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2일 강남에 위치한 나오쇼룸(Nao Showroom) 본사에서 만난 로시는 “내가 나를 보는 시간보다 남이 나를 보는 시간이 많다”며 “남의 눈에 가장 좋은 모습을 찾아주는 게 스타일 디렉터의 역할”이라며 본인의 패션 철학을 밝혔다.


로시가 스타일 디렉터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역할이 크다. 로시의 어머니는 패션모델 출신. 모전여전이었을까. 학창시절 로시는 친구들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패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그는 무용 꿈나무에서 LF패션브랜드 해지스로부터 퍼스널 쇼퍼 제안을 받고 스타일 디렉터로 변신을 거듭했다.

스타일 디렉터 로시./사진=스위치 프로모션·나오쇼룸
중국 상위 1% 패션 담당… 디올 SNS 진출


“제가 추구하는 패션과 상업적인 패션은 간극이 있죠. 사업가는 아무래도 영리 목적이 크고 스타일 디렉터는 자신만의 색채나 스토리를 감성적으로 만들어나가길 원해요. 이 부분을 조율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마침 2015년 중국 상해 백화점 VIP의 퍼스널 쇼퍼를 뽑는 콘테스트에서 유일하게 뽑혔던 터라 사업경험을 쌓고자 중국에 갔죠.”


로시는 중국인 스타일 디렉팅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중국인의 자본력 ‘차이나머니’에 기인한다. 부유한 중국인 대부분은 자신의 패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예쁘고 멋있어 보이고 싶은 것은 만인의 공통점인 터. 로시는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패션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하는 것에 아낌없이 주머니를 여는 차이나머니에 시장성을 확인한 것.

로시는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인을 스타일 디렉팅한다면 탄탄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중국과 한국을 오간 지 3년. 이후 로시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타일 디렉팅 일일 강의, 이미지메이킹 수업 등을 하며 경쟁력을 키워갔다.


로시는 디자이너 어깨 너머 배운 기술을 토대로 패션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다져왔다. 시장이 반응했다. 로시가 디자인한 옷이 글로벌 명품브랜드 디올(Dior)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실린 것. 그는 자사 브랜드 옷태·나오쇼룸이 글로벌 패션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디올 SNS에 게재된 로시 디자인./사진=스위치 프로모션·나오쇼룸.
연예인 인지도 쌓아 브랜드 론칭 목표

이후 2018년 방송매체 텐아시아의 잡지 ‘뷰티텐’의 화보를 담당하며 수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입소문 때문일까. 개그맨 김영철, 김영희, 방송인 홍석천, 이사배 등 유명 연예인의 패션을 담당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로시가 담당한 김영철의 패션화보가 네이버 홈페이지 메인에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던 것.

고객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패션을 조언하겠단 로시의 꿈이 이뤄진 것일까. 그가 담당한 고객도 유명세를 탔다. ‘미스트롯’을 통해 인기 몰이에 성공한 조승희와 하유비, 박성연이 대표적이다. 미스트롯이 시청률 잭팟을 터트리자 출연진인 이들의 패션도 눈길을 끌었던 것. 이들의 패션에 대한 글이 각종 SNS에 퍼졌다.

“해외 출장을 가면 옷만 천벌 이상 사요. 고객의 성격, 원하는 이미지, 체형의 장·단점 등 모두 고려해야 하니까요. 제가 일일이 다 입어보고 경험하면서 조언해야 고객의 가장 예쁘고 멋진 모습을 끌어올 수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멋있어지는 게 제 꿈이에요.”

스타일 디렉터와 패션 디자이너를 오가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로시, 올해는 인지도를 높이고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이란 신조어) 스트릿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목표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패션. 더 나아가 고객의 이미지를 개선해 자신감을 찾아주는 게 그가 그려온 꿈이다.

“가격과 브랜드를 떠나 본인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옷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무명 배우지망생이 사진 한장으로 주연 배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사람들에게 자신감이란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