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아파트값 통계는 표본 부정확성과 신뢰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는 정부 관리·감독을 받는 국가승인 통계다. 집값 상승이나 하락 추이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표본 집값을 지수화하고 월간과 주간의 등락률을 나타낸다. 주택가격 동향조사는 가격이 아닌 ‘지수’로 주가지수와 비슷한 형태다. 문제는 아파트만 조사하는 ‘주간 통계’. 각종 부동산세금과 대출 규제,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 등 정부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아파트값 통계를 일주일 단위로 산정해 공개하는 것이 정확성 면에서 떨어지는 데다, 표본의 한계와 함께 조사방식 역시 투명하지 않다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편집자주>

[MoneyS Report] 집값 교란하는 '아파트값 통계' ① 통계 부정확성, 부동산가격 자극 논란


한국감정원 표본조사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통계 작성은 수요일과 목요일에 이뤄진다. 조사 표본수는 전국 아파트의 0.1% 수준으로, 실제 일주일에 최소 한건 이상 거래가 이뤄지는 단지는 드물다. 더구나 요즘처럼 정부 규제로 부동산거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선 아파트값 통계가 현실 가격을 반영하기 더욱 힘들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시내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3746건으로, 전달의 9307건과 비교해 60%가량 급감했다. 부동산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 10월(1만1520건), 11월(1만1495건)과 비교하면 거의 4분의1 수준이다. 거래가 드문 상황에선 통상 가격을 낮춰 내놓은 급매물이 통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감정원은 조사 시점에 매매가 없는 단지일 경우 여러 부수적인 평가를 통해 가격을 추정하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공인중개사사무소 모습/사진=뉴스1

‘한국감정원 vs KB국민은행’ 상반된 통계… 불신 고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한주간 0.04% 내려 2주 연속 하락”(한국감정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한주간 각각 0.10%, 0.12%, 0.17% 상승”(KB국민은행)

올 2월 첫째주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은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에 대해 정반대의 통계를 내놨다. 부동산업계에선 공공기관인 감정원과 민간업체인 KB부동산의 통계를 놓고 어느 쪽이 더 정확한가에 대한 논란도 종종 벌어지지만 조사방식 등의 차이에선 본질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KB국민은행 시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은 있다.


감정원의 매뉴얼에 따르면 실거래 사례가 없는 경우 유사거래와 호가, 공인중개업소 정보, 인터넷 등을 참고한다. 이외에 매수자·매도자 동향, 인구와 세대수 변화, 계절적 영향, 정부정책 영향, 개발사업 동향, 거시경제 동향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게 감정원의 설명이다. 주변 정보를 취합해 거래 성립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 이른바 ‘시세’가 통계다. 조사원이 실거래가와 호가를 적절히 조합하는데 문제는 1~2건의 거래가 시세에 반영돼 현실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주일 단위로 집값 동향을 분석하는 것은 실거래가보다 호가 위주의 통계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급상승기에는 통계 정보가 부동산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부작용도 낳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이런 이유로 주간 아파트값 통계 발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감정원의 통계와 국토부 실거래가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주간 단위의 아파트값 동향이 실거래가 반영을 못해 부동산 흐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토부 내부적으로도 주간 아파트값 통계 대신 월간 단위로 공개하는 방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지만 결국 존치로 결론 났다. 주간 동향이 투자자에게 나름 필요한 비교 대상의 정보라는 이유에서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해마다 표본 확대와 표본 보정, 전문가 연구용역 등을 진행한다”며 “앞으로도 통계 표본을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거래가 아닌 호가 통계 ‘구조적 문제’

1986년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처음 시작한 KB국민은행(옛 주택은행)의 아파트 조사 표본수는 3만327가구다. 감정원은 1만7190가구다. 2018년까지만 해도 감정원의 표본수는 8000여가구였다. 이 때문에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정원의 아파트 통계에 대한 부정확성 논란이 일었다. 이후 지난해 예산안 심의에서 표본수를 두배 정도 늘리는 데 15억5000만원을 추가 편성했다.


감정원의 전체 직원수는 940명으로, 이 중 조사원수는 2018년 말 기준 280여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감정원 조사원은 주간 동향 표본 단지의 매물정보를 한주 평균 9만2000건 참고해야 하는 실정이다.

통계 부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감정원은 인터넷 호가가 조사 시 참고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일 뿐 통계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원이 검토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호가와 ‘임의적 판단’은 통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황희(더불어민주당·서울 양천구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자 중 70%가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황 의원이 지적한 자격증은 감정평가사를 말한다.

황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조사팀이 현장에 나가면 편의시설, 교육시설, 환경조건, 주차여건 등을 상·중·하로 분류해 자체 판단하게 된다”며 “관련 내용을 모르는 직원에게 4시간 교육을 해 현장에 투입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학규 감정원장은 “4시간만 교육해 현장에 투입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자격증 논란에 대해선 “전문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기관 업무로 인정해 달라”고 반박했다.

감정원도 매매가격 지수뿐 아니라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를 조사한다. 매매가격 지수는 표본 설문조사 방식인 데 비해 실거래가 지수는 실거래 신고된 자료를 기초로 산정한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2017년 1월~2019년 11월 조사한 두 지수의 서울 누적 상승률을 보면 각각 12.9%(매매가격 지수)와 42.4%(실거래가 지수)로 3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가 국가승인 통계로서 매매가격 지수를 정책 수립의 기초로 삼는 것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정책 평가를 유리하게 하려고 감정원 통계를 입맛에 맞게 해석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아파트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놓고 한 발언이어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자화자찬하기 위해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6호(2020년 3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