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세금을 안 올리는 집주인은 좋은 집주인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말이 아니라 실제 십수 년 동안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올랐는데 임대료만 제자리다 보니 퇴거 후 갈 데가 없어진 지인 사례들을 봤다.


최근 서울 강동구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공공임대아파트에서 입주자단체가 계약 연장과 분양전환을 요구한 사태를 지켜보며, 10년 전 1기신도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의 입주자로부터 메일 제보를 받아 인터뷰한 일이 다시 생각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10~20년 거주 후 분양전환 시점에 이르러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감정가와 인근 아파트 시세가 예상 밖의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일부 계약자는 계약 이행을 거부하며 LH와 민간 건설회사를 상대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심지어 SH가 공급한 20년 공공임대는 계약 당시 재계약과 분양전환이 불가했다. 다음 세대의 신혼부부·청년을 대상으로 공급하도록 돼 있다.

전세는 저성장 고금리 시대에 발달한 특수 사금융 시장이다. 입주자에게 경제적 기회비용을 보장했지만, 현재는 높은 전세금과 대출 의존에 따른 이자 지출로 인해 사실상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과도기의 상태다. 설령 대출 없이 전세금을 마련한 세입자라고 해도 수억원의 투자 기회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법원의 판단을 떠나 이러한 기회비용을 통해 자산 축적의 시간을 보장받은 입주자들은 계약상 의무와 원칙을 위반해선 안 된다. 다만 분쟁의 원인을 '예측할 수 없는 집값 차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공임대 갈등이 발생한 지역은 집값이 급등한 서울 송파·강동구와 경기 분당·판교신도시 등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셋값이 4배 뛴 신도시도 있지만 같은 기간 일산 등은 50~60%의 안정된 상승률을 보였다.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임대제도가 경제 상황으로 인해 주거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호소에 사적인 공감, 그리고 자산 격차의 리스크를 계약 일방이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약간의 의문이 든다.

'어느 지역의 공공임대에 당첨됐는가'라는 운에 의해 누군가에게는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주거 사다리로, 반대의 경우는 이주 리스크를 더 미룬 결과만 됐다.

그래서 집을 사지 그랬냐는 사회의 조롱과 질타는 현 사태의 논점을 흐릴 수밖에 없다. 단순 비판을 넘어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입주자가 지분을 분할 취득하거나(지분적립형) 매각 차익을 공공과 나누는(이익공유형) 구조를 확대 적용할 수 있다. 분양전환이 불가한 SH 공공임대의 경우 퇴거 위기 가구에 대출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형평성 논란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청년 세대에 생애최초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80%의 정책대출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

분양전환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 방식'도 조정해야 하는 대상이다. 10년 공공임대는 법적으로 '분양전환 시점의 감정평가 금액'에 의해 분양가가 책정된다. 감정가를 깎아달라는 무리한 요구 대신, 타협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입주자들은 사회가 수용 불가한 큰 틀의 전제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공공재원을 다시 공급에 재투자해야 선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