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23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시할 수 없다면 연기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림픽 강행'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23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시할 수 없다면 연기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완전한 형태'는 무관중 경기나 규모 축소로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는 6월까지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이 확정돼야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조건이 백기를 든 배경으로 보인다. 

올림픽 개최 고집한 아베… "연기 판단도 안할 수 없다"

2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 NHK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참의원 예산 위원회에 참석해 전날(22일)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표명한 데 "IOC의 판단은 제가 말씀 드린 '완전한 형태의 (도쿄올리픽) 실시'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IOC와도 협의를 진행할 것이지만, 도널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및 G7 각국의 정상도 내 판단을 지지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판단을 하는 것은 IOC지만 취소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은 IOC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만일 그것(완전한 형태의 실시)이 곤란한 상황이라면 운동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쿄올림픽의 연기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화상을 통해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시한다는 방침에 대해 지지를 얻었다고 밝히며 거듭 개최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 다음달 IOC 역시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종목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과 화상 회의를 열고 도쿄올림픽 개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지만 아직은 진정국면을 기다릴 여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돌연 성명을 발표해 도쿄올림픽 연기 여부를 앞으로 4주 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도쿄올림픽 연기론에 불을 붙였다.

아베 총리는 23일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시할 수 없다면 연기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올림픽까지 3개월… 개최조건 충족은 불가능

아베와 IOC가 한발 물러선 데는 IOC가 앞서 달았던 오는 6월까지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이 확정돼야 한다는 조건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절반 정도 올림픽 출전자격 선수 선발을 마친 상황에서 종목 예선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 가운데 세계 스포츠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인 미국의 선수들 마저 도쿄올림픽에 부정적 의사를 내비치며 조건 충족이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는 21일(현지 시각) 밤 회의 직후 선수 125명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 질문은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연기를 지지하는가’였다. 이에 선수 중 70%가 ‘연기를 지지한다’고 답했고, 23%는 ‘추이에 달렸다’고 말했다.

또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는 것을 지지하는가’란 물음에는 41%가 ‘예정대로 진행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34%는 ‘복잡한 사안이며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마지막 질문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연기나 취소를 언제 결정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응답자 34%가 ‘충분한 정보가 나오는 대로 곧바로 취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23%는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늦어도 4월15일까진 결정해야 한다’는 답변도 18%이었다. 

IOC가 일본에 개최 여부를 결정할 구체적인 시한을 직접 언급함과 함께 아베 역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에 빨간 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