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미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한 ‘대국민 사과’ 시한을 이틀 앞두고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사과와 관련한 심도깊은 논의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삼성 측은  전날 위원회에 회신 기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기한을 다음달 1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삼성은 연기 사유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꼽았다. 국내외 사업영역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아 삼성의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비상경영체제로 대응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권고안 논의 일정에 불가피한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권고안 이행방안을 최종 도출하기 위해 삼성 측 내부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필수적인 의견청취, 회의, 집단토론, 이사회 보고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앞서 준법위는 지난달 11일 ▲총수일가의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고 ▲무노조 경영으로 노동법규를 위반했으며 ▲시민사회와 소통이 부족했던 점 등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권고했다.

준법위는 회신 기한으로 30일을 제시, 이 부회장은 이달 10일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답을 내놓아야 했다. 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급하게 연장을 요청한 것은 그만큼 이 부회장의 사과문에 포괄적이고 복합적이며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담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2014년 이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된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회와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부회장 체제에서 반도체 직업병 분쟁을 완전 타결했고 그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문도 발표했다. 2018년에는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처분해 그동안 비판을 받아 왔던 순환출자 구조도 완전히 해소했다.


지난해에는 법원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삼성전자 임원을 구속하자 공식 사과하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을 약속했다.

올 들어서도 준법위 출범 직후 ‘임직원 기부금 후원내역 무단열람 건’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삼성 계열사들이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임직원들과 해당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이는 새로운 삼성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보인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항소심 당시 “제 꿈은 삼성을 이어받아 열심히 경영해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제가 받아온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사회와 나눌 수 있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 뿐”이라며 국내 1위기업을 이끄는 총수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준법위가 권고한 내용을 포함해 포괄적인 내용의 사과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을 방지해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회신기간 연장 요청은 사과문에 담길 내용을 심사숙고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위원회 측은 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삼성이 조속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삼성 측은 비록 어려운 여건 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