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단키트업체 앞에 그야말로 ‘레드카펫’이 깔렸다.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만명을 향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 정상들이 앞다퉈 한국산 진단키트를 구매하겠다고 직접 요청하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Issue Focus] ③ 선제적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한 코리아

한국의 진단키트업체 앞에 그야말로 ‘레드카펫’이 깔렸다.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만명을 향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 정상들이 앞다퉈 한국산 진단키트를 구매하겠다고 직접 요청하고 있다.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수십만건의 누적검사 결과로 성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다. 전세계 수출길에 오른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그 선봉에 있는 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전 개발… 대응 탁월

“최대 의료기기시장인 미국의 요청으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하게 되다니…”

진단업계는 벤처기업들의 숙원이 풀렸다며 감회가 새롭다는 반응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국내업체의 수출은 주로 개발도상국 위주였으나 앞으로 진단키트시장의 판도를 빠르게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단키트를 포함한 한국 의료기기시장은 전세계 시장 규모(500조원) 중 단 1.4% 수준이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공표한 셈이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주목할까. 무엇보다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다른 나라들보다 대처를 잘할 수 있던 주 요인이 진단키트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한국이 진단키트를 개발해 신속하게 검사한 것이 감염 초기 치료를 가능케 했고 확산세를 빠르게 둔화시켰다는 것이다.

씨젠은 한국에 확진자가 1명도 없던 1월 중순부터 개발에 착수하며 ‘방역 한류’의 불을 지폈다. 업계 중 가장 먼저 연구에 뛰어든 씨젠은 신속진단키트가 아닌 분자진단법(RT-PCR)으로 개발했다. 코로나19 특이 유전자(E gene, RdRp gene, N gene)를 등을 모두 검사할 수 있어 정확도가 높지만 검사까지 약 4~5시간이 걸린다.

씨젠 관계자는 “앞서 계획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많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로 모두 중단하거나 연기했다”며 “통상 제품 개발부터 허가까지 약 1년 반가량 걸리기 때문에 진단키트를 개발하더라도 코로나19 종식 후 승인받는 게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보건당국의 발 빠른 대처로 긴급사용승인을 받는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로 전염병 유행 시에 제품허가를 2주로 단축하는 긴급사용승인제도를 신설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전문가가 진단키트의 오류를 개선하기 위한 검사와 여러 가능성에 대한 문제점도 짚어 진단 효율성을 높였다.

피 한방울로 10분 만에 결과… ‘간편’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한 업체는 간편함과 경제성을 장점으로 해외 수출길에 올랐다. 신속진단키트의 진단기법인 항원항체법은 분자진단법보다 정확도는 낮지만 검사비용과 소요시간이 적게 든다. 확산세가 빠른 해외에서 선별검사로 쓰이기 적합하다는 평가다.

바디텍메드는 지난 6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제품등록을 완료, 최대 의료기기시장인 미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각 주의 의료기관과 제품 공급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바디텍메드 관계자는 “식약처의 수출허가를 받자마자 단 6일 만에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며 “미국 자회사인 이뮤노스틱스도 본사와 별도로 현지 병원과 검사소에 대한 납품 계약을 체결 중”이라고 설명했다.


젠바디는 15개국과 신속진단키트 수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계약이 완료되고 선적 중인 나라는 10개국으로 100만명 이상을 검사할 수 있는 물량이 공급된다. 계약 규모는 약 396만달러(약 48억4000만원)에 이른다.

이들의 제품은 환자 손끝을 체혈해 검사하는 항체진단키트. 업계에 따르면 긴 면봉으로 코와 목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분자진단법보다 의료진의 2차 감염 위험을 줄이고 단 10분 만에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검사 비용도 분자진단의 30% 이하 수준이다.


젠바디 관계자는 “신속진단키트는 검사비용이 저렴함과 동시에 빠른 현장진단이 가능한 만큼 다수의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스크리닝(선별) 검진에 적합하다”며 “분자진단법에 필수적인 검사시설과 대형장비, 의료진 등이 부족한 국가는 신속진단키트를 선호하고 있어 수출량은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진단키트 병행해야 ‘정확도’ 상승

신속함과 정확도 때문일까. 한국에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방역물품 수출을 공식 요청한 국가는 81개국이다. 민간차원에서 협력이 진행되는 경우를 합하면 117개국에 이른다. 국내 기업 중 총 28곳이 식약처의 해외수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사용 중인 진단키트는 단 5종류뿐. 질병관리본부가 분자진단법만을 공식 코로나19 진단법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분자진단과 함께 신속진단키트를 병행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체외진단기업협의회장)는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러스가 폐로 내려가 상기도와 하기도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분자진단법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미국 등도 항체검사를 분자진단과 함께 병행하라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미국감염학회는 분자진단의 경우 감염 초기에는 정확도가 높지만 감염 후 6일 이후부터는 정확도가 낮아지고 오히려 항체진단의 정확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항원·항체검사로 개발된 신속진단키트가 앞으로 표준치료법으로 인정받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독감이나 인플루엔자 사례를 들어 과거엔 분자진단법을 사용했으나 현재 항체·항원진단도 표준검사법으로 인정, 일반 병·의원에선 신속진단키트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인 필로시스 대표는 “신속진단키트에 대한 의학데이터가 축적돼 신뢰도가 검증된다면 국내에서도 인플루엔자 진단키트처럼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