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차량에 탄 의심환자의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각국 교류의 빗장을 닫게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에선 진정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정부의 성공적인 방역정책과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 등이 효과를 보았다.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30명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과제는 무엇일까. 의료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선인 ‘생활방역’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생활방역이 자칫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단으로 잘못 비춰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큰 만큼 고삐를 더욱 죄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여전히 ‘현재진행형’

기세가 한층 수그러들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에선 누적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고 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월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후 대구에서 31번 환자가 나오면서 하루 수백명의 확진자가 속출하는 집단감염 사태로 번졌다. 2월29일 하루 발생 확진자가 90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3월6일 518명, 3월12일 114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3월13일에는 처음으로 신규환자보다 격리해제자가 많은 ‘골든크로스’ 현상을 보였다. 4월2일부터 2주 이상 신규 확진자가 두자릿수 이하를 유지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지역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격상하는 등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얻은 결과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민관이 힘을 모아 대규모 진단이 가능토록 했다는 게 눈에 띈다”며 “대규모 검체 채취, 선별진료소에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 등을 방역의 성공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응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관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강력한 효과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험을 막기 위해 초·중·고 개학을 미뤄왔던 정부는 국민들에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했다. 효과는 강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래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비율은 지난 3월6일 37건(19.8%)에서 같은 달 31일 3건(6.1%)으로 감소했다. 신규 집단 발생건수도 지난 3월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4건으로 시행 10일 전(3월12~21일)의 11건보다 63.6% 줄었다.

교통량도 대폭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3월23일부터 4월4일까지 시내 통행량은 코로나19 발병 전(올해 1월1~19일)보다 전체 자동차 운행대수는 7.4% 줄었고 대중교통 이용객수의 경우 36.5% 급감했다.


시민들은 행사나 모임 참여 자제 등을 통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부득이한 경우 감염방지를 위해 2m 이상 거리두기 등을 실천했다. 종교계도 일부의 불참 속에서도 대체로 주말 종교행사(예배·미사·법회 등)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집회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평균 3주 이상 시행할 경우 확진자 발생이 (기존 대비) 95% 감소한다는 전문가들의 추정이 있다”며 “국민이 함께 코로나19에 대응해 나간다면 분명히 유행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한산한 여의도 CGV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코로나19 이후 과제는?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신규 확진자 발생이 두자릿수를 유지하며 4월 들어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생활방역이란 일상생활과 방역조치가 조화를 이루는 수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실행하기 위한 방안이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선에 가깝지만 생활방역 관련 방역수준 등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정부는 각종 지침 등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4월2일부터 열흘 이상 신규확진자가 두자릿수에 그쳤다. 최근엔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일 27명 ▲11일 30명 ▲12일 32명 ▲13일 25명 ▲14일 27명 ▲15일 27명 등 점차 안정추세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생활방역 도입에 앞서 의료계와 방역당국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외 유입과 재확진, 자가격리자 무단이탈 등으로 인한 집단감염 상황이 재차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일단 생활방역 체제 공론화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도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제는 일상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하며 일상적인 사회·경제적 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생활방역이 자칫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단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의미로 전달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해 의료계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과 평가를 들을 예정이다.

의료계도 생활방역 체제가 완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해도 좋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구현되는 형태의 생활방역을 실천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시할 경우 자칫 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신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급격하게 바꾸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일상생활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접목시켜야 한다”며 “생활방역으로 전환했다고 방역이 느슨해진다면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어 모든 경우의 수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