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가 지난 2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안건을 가결한 가운데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측이 이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통합당 지도부가 본격 설득에 나섰다. 

통합당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저녁 8시30분즘 서울 종로구의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날 약 3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두 의원은 성과 없이 포도잔만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의 향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이 내려진 28일 심재철 당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서울 종로구 구기동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진통 끝 '반쪽' 김종인 비대위 가결

… 김종인 "해줄 말 없다" 
통합당은 이날 오전부터 전국위원회을 열어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을 진통 끝에 통과시켰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의 임기 제한 조항을 없애기 위해 열릴 예정이던 상임전국위원회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최가 무산되며 상황은 꼬였다. 결과적으로 8월 말까지 4개월짜리 비대위를 의결한 셈이다.

즉각 눈길은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쏠렸다. 김 위원장은 당초 비대위원장직 수락 조건으로 '기한 없는 비대위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하는 전권'을 요구했던 바. 

이에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해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전국위를 마치고 "김 전 위원장에게 득표 내용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리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후 저녁쯤 자택으로 직접 찾아간 것이다.

통합당 심 권한대행과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저녁 8시30분쯤 서울 종로구의 김 전 위원장 자택을 찾았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동에 앞서 기자들에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설득을) 안 받아주면 사퇴하고 끝나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 전 위원장이 수락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거절 당해도) 어쩔 수 없다. 표류하더라도 후임 원내대표 선출이 돼야 하고 그 전 단계에 정상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대한 질문에는 "그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심 권한대행과 김 정책위의장이 도착한 지 20분쯤 뒤 김 전 위원장의 차가 자택 앞으로 도착했다. 김 전 위원장은 사무실을 떠난 뒤 약 3시간 가까이 지인을 만나 술을 마신 것으로 보였으나 흐트러지거나 취한 기색은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 별로 해 줄 말이 없다"며 말을 아낀 채 심 권한대행과 김 정책위의장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가 2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안건을 가결한 가운데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측이 이를 수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이자 통합당 지도부가 본격 설득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김종인, 거절도 수락도 안 했다

김재원 "수락할 의사 없는 듯"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30여분 진행돼 밤 9시22분쯤 끝났다. 김 전 위원장은 자택 현관까지 심 대행과 김 정책위의장을 배웅했다. 심 대행은 결론이 났느냐는 취지의 물음에 "포도주만 마시고 나왔다"고 답한 후 자리를 떴다. 

김 정책위의장은 "(김 전 위원장이) 거절 의사 표시를 한 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수락의 의사표시도 전혀 없었다"며 "수락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수락할 의사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후 당헌을 고쳐 임기 제한을 없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임기 연장을 위해 당헌 개정을 한다는 생각을 김 전 위원장 스스로 안 한다"고 답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김종인 비대위'에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은 데 대해 기자들이 의문을 제기하자 "확실한 건 와인을 마셨다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같이 김 위원장이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김종인 비대위'의 향방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통합당은 29일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김종인 비대위'의 향방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