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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토론회를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성·투명성·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혁 논의에 착수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를 조직적 부정선거가 아닌 선거관리 실패로 규정하면서도 선관위의 위기 대응 체계와 현장 관리 역량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제도개혁 TF'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참정권 수호와 제도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기헌 TF 단장 ▲남인순 국회부의장 ▲김영배·이해식 의원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 원내대표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투표소를 찾은 국민이 투표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91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26곳에서는 투표가 멈췄다"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주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명백한 부실선거이지 부정선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관리의 실패와 결과의 조작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이 둘을 뒤섞는 순간 정작 고쳐야 할 진짜 병을 놓치고 음모론의 늪에 빠진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재선거 소청을 내고 음모론 백화점에서 쇼핑 중"이라며 "쌍둥이 득표설, 대통령 개입설, 외세 개입설까지 진열대에 올렸다"고 비판했다.
송 TF 단장도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한 참담한 사건"이라면서도 "선관위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틈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빠른 전환은 제도를 다시 세우는 것"이라며 "내부 지침에 불과한 투표용지 인쇄·배부 기준의 법제화와 개표 과정 투명성 강화, 선관위 조직 체계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제에 나선 정태호 교수도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개념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제도 한계와 관리상의 실패, 선거무효 문제, 조직적 부정선거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이 개념을 분명히 구분해야 국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개혁 방향으로 독립성·책임성·투명성·전문성의 균형을 제시했다. 그는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직무감찰 확대나 다른 국가기관의 직접 통제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경우 정보공개와 설명의무를 통한 사회적 책임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구체적 대안으로 독립적인 선거관리 평가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선거 종료 후 문제점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피드백돼야 선관위의 관리 역량이 혁신될 수 있다"며 "중앙선관위 산하에 외부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 평가기구를 두고 평가 결과를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주요 선거관리 결과와 개선 계획을 담은 백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승진 교수는 선관위의 문제로 인력 부족과 책임성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지역 선관위로 내려가면 정규 인력이 10명 남짓인데 수많은 투표소와 투·개표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며 "상시 선거 인력이 아닌 공무원과 교사, 위촉 인력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전문성과 책임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관위원 구성의 다양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중앙선관위원 9명 중 다수가 법조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선거는 법적 판단뿐 아니라 정치적·정무적 판단도 필요한 영역인 만큼 다양한 배경의 인사가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외부 감사 허용, 선관위원장 상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준한 교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인쇄 물량 자체보다 위기 대응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낮춘 결정 자체가 비합리적이었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며 "문제는 무번호 예비 투표용지 활용, 인접 투표소 간 재배분, 상황실 보고와 대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앙선관위 선거상황실이 사실상 개표상황실 중심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투표소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앙선관위까지 즉각 보고되고 통일된 대응 지침이 내려가는 체계가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태"라고 했다.
조영호 교수는 선거관리 체제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위탁 선거관리 체제는 오래전부터 한계에 봉착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공무원 보상 문제, 선거사무 동원 근거의 미약함, 현장 인력의 불안감이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는 문제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재난 수준의 일이 벌어진다"며 "정치권과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회에서는 현장 공무원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서구청 소속 공무원 박모씨는 "이번 사태는 투표용지 인쇄 비율 문제도 있지만 배분 문제와 현장 대응 실패가 컸다"며 "자치구 선관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자체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2년마다 반복되는 만큼 시간선택제 임기제나 계약직 인력을 미리 확보하고, 시민 참여형 투·개표 사무 인력풀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선관위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앞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으며 오는 18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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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
김성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