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프로젝트 루프' 협약식에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앞줄 오른쪽)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롯데케미칼
폐플라스틱 재활용으로 신시장 창출 및 환경보호 앞장


화학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분다. 폐기 후 제대로 된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친환경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상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


한번 마시고 버린 페트병으로 옷을 만들거나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합성 플라스틱 대신 분해가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는 등 화학사별 추진 전략도 다양하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굴뚝산업’의 주홍글씨를 벗고 지속가능한 순환경제의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한국,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최고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7년 기준 132.7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790만톤에 달한다. 플라스틱의 소비량 중 25~40%는 현재 포장 용도로 사용되며 사용 직후 폐기물로 처리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장지 등이 사용 후 폐기물로 처리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제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폐플라스틱이 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었다.

과거에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주로 중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이 해외 쓰레기의 자국 유입으로 중국 내 환경오염이 심각해졌다며 폐플라스틱 수입을 거부하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듬해 국내 폐플라스틱 처리업체의 수거거부 사태로 수도권 곳곳에 쓰레기 적치문제까지 발생했다.


폐플라스틱으로 이뤄진 ‘쓰레기산’ 문제가 현실화되자 결국 정부는 2018년 4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하고 재활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플라스틱 관리 및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SKC 친환경 생분해 필름을 포장재로 사용한 스타벅스 제품. / 사진=SKC
화학사도 자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플라스틱 제품을 단순히 생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소재를 개발부터 업사이클링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범위를 넓혀 순환경제 구축에 앞장서겠다는 목표에서다.

대표적인 기업은 SKC다. SKC는 100%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 PLA를 개발해 한국델모트, 스타벅스코리아 등에 공급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우 처음에는 바나나 포장재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했다가 케이크 보호비닐, 머핀, 샌드위치 포장재 등으로 적용 범위를 점차 늘리는 중이다.


SKC의 PLA 필름은 땅에 묻으면 14주 만에 완전히 생분해되고 유해성분이 남지 않는다. 유연성과 강도가 뛰어나고 인쇄하기도 좋아 활용범위도 넓다. 과자나 빵 등 식품의 포장비닐 외에도 세제 등의 리필용기, 종이가방, 건강식품 파우치 등에 쓰일 수 있다. SKC는 연구개발을 강화해 PLA 필름의 활용성을 대폭 늘려 보다 다양한 분야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SKC는 폐폴리우레탄을 다시 폴리우레탄 원료로 돌리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플라스틱을 제품원료나 에너지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자원절감과 환경보호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폐페트병으로 의류·가방 만들어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0년 3월 말부터 폐플라스틱 수거문화 개선과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금호섬유공업,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국내 7개 업체와 함께 7월 말까지 총 10톤의 폐페트병을 수거한 뒤 이를 활용한 원사·원단을 만들어 친환경 소재의 신발과 의류, 가방 등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분야별 작은 성공 사례들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통해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해 사회적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화학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효성티앤씨도 최근 환경부·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개발공사·플리츠마마와 친환경 프로젝트인 ‘다시 태어나기 위한 되돌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해 친환경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섰다.

효성티앤씨가 플리츠마마와 협업해 삼다수병 16개로 만든 친환경 가방 제품 사진. / 사진=효성티앤씨
효성티앤씨는 2008년 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개발한 업체다. 석유를 원료로 해서 생산되는 기존 폴리에스터 섬유와 달리 리젠은 페트병을 수거한 뒤 작게 조각내고 칩으로 만든 뒤 실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수거하면 효성티앤씨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칩을 이용해 리사이클 섬유인 ‘리젠제주’를 만든다. 이후 친환경 가방 제조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가 이 섬유로 제품을 만든다.

플리츠마마는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패션 아이템으로 손색없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철학으로 시작한 ‘착한 브랜드’다. 플리츠마마는 2018년 효성티앤씨와의 협업으로 500ml 생수병 16개에서 추출한 실로 친환경 가방을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재활용 플라스틱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전국적으로 페트병 등 재활용품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재활용 저탄소 소재 사업을 포함해 전 사업 부문에서 친환경 제품 확대와 시장 발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3호(2020년 5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