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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준공 37년 차 ‘삼익그린맨션2차’.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아파트는 지난 3월11일 전용면적 66㎡(8층)가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예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됐다곤 해도 실거래가가 한달 만에 25% 이상 폭락한 것은 이례적인 일.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확인 결과 이는 가족 간 거래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양도소득세율은 다주택자 10~20% 중과를 적용 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50%, 3주택자 이상 최대 62%다. 반면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5억~10억원 기준 30%로 최대 세금 절반을 아낄 수 있다.
#. 병원장인 A씨는 20대인 딸의 명의로 광고대행·부동산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병원 광고대행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딸의 법인에 지불했다. 딸은 법인의 매출 가운데 96%를 아버지 병원으로부터 벌었다. 이 돈으로 시세 20억원대 강남 아파트를 구매했다. 아파트 명의는 가짜로 세운 법인이었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의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살 때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부동산투기가 진화하고 있다.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대대적인 부동산 편법 증여와 법인 설립을 통한 불법 투기를 찾아냈음에도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탈세 시도가 횡행한다.
수억원 폭락한 강남 아파트 거래 왜?
공인중개사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부동산 중개거래에선 공인중개사가 자금조달 계획서 작성을 대행해 당국에 실거래신고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증여일 경우 무상이전인 만큼 작성할 자금조달 내역이 없고 실거래신고 없이 증여신고만 하면 된다.증여가 문제되는 이유는 정부가 당초 자금출처를 조사하는 목적인 투기 근절에 역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높여 다주택자가 불필요하게 많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규제의 목적인데 가족 간 거래는 무분별하게 부동산을 늘릴 수 있을뿐더러 고의로 낮은 가격에 거래해 부동산을 폭락시키면 피해는 고스란히 1주택 실수요자에게 전가된다.
무엇보다 자금출처 계획서를 작성하는 이유가 불로소득 차단인데 증여의 경우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최근에는 증여 대신 가족 간 양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증언. 일반적으로 자녀나 부모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할 때 가족 간 양도와 증여 가운데 세율이 낮은 쪽을 선택하는데 오는 6월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이다 보니 양도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가족 간 양도는 집값의 최소 5000만원을 기본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정산이 이뤄져야 한다. 이때 돈이 취득자에게서 양도자로 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고 만약 다시 돌아와도 불법이 된다. 문제는 가족 간 거래인 만큼 계좌거래가 아닌 현금거래가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당국의 조사를 피할 수 있다. 자금출처 계획서를 작성하게 하고 검증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가족 간 양도일 경우 세법상 실거래가 대비 30% 이내의 가격으로 거래가 인정된다. 10억원짜리 집을 부모나 자녀에게는 7억원까지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 강서구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실제 부자들이 15억원 넘는 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주며 증여 대신 양도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증여는 가장 최근의 유사한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하는 반면 매매는 30% 할인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부모가 자식에게 자금을 대여한 것으로 해도 2억원까진 연 4.6% 이자가 지급돼야 국세청이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아파트 증여 1632건 가운데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499건(31.0%)을 차지했다.
정부, 법인 투기도 세금 높인다
자금출처 조사를 받지 않으려고 법인을 차린 경우도 있다. 최근 부동산 법인 설립이 급증함에 따라 편법 증여 등의 의심거래가 나타나자 국세청은 고가아파트를 매입한 1인법인 2969개와 가족법인 3785개를 전수조사, 27개 법인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를 벌였다.법인이 소유한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다주택자가 가짜 법인을 세우고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 보유세를 줄일 수 있다. 올 6월까지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를 매각할 때 양도세율 중과도 피할 수 있다. 나중에 법인이 집을 처분해도 세율은 최고 35%로 개인 2주택자 양도세율보다 훨씬 낮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다주택자 규제 회피를 위해 부동산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도 아파트 양도차익에 중과세율을 적용하도록 관계부처에 제도개선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1~3월 개인이 법인에 양도한 아파트는 1만3142건. 지난해 전체 개인과 법인 간 아파트 거래량(1만7893건)의 73.0%에 이른다.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월 8.4%로 전달대비 3.0%포인트 증가했다.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에선 코로나19 쇼크로 전체 아파트 매매가 줄어든 상황에도 법인 거래 비중이 1월 1.5%, 2월 2.3%, 3월 3.9%로 증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3호(2020년 5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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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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