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접대의 꽃이라 불리던 ‘위스키’가 뒷방 신세로 내몰렸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며 내놓기 바쁘게 팔려나가던 것도 옛말.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판매량이 뒷걸음질 쳤다. 달라진 음주문화가 위스키시장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 위스키업체들은 사업 규모를 줄이고 판권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지만 회생 여부는 미지수다. 생사기로에 놓인 위스키. 무엇이 문제인가. (편집자주) 


[MoneyS Report] ② 편견 탈피… 위기 속 생존전략 

#. ‘향수보다 매혹적인 향, 실크보다 부드러운 맛.’ 1994년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위스키 ‘임페리얼’이 내놓은 광고 문구다. 당시 임페리얼이 내세운 전략은 고급화 그리고 차별화다. 금색 왕관을 배경으로 갈색 병에 담긴 클래식한 디자인. 12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고급 위스키는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을 뿐 아니라 고급화를 강조한 이미지에서도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위스키업계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잇따라 출고가 인하를 단행하고 저렴한 라인업을 신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혼술, 홈술 트렌드에 맞는 소용량 제품과 다양한 음용법 및 시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젊은 소비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제공=각 사
“비싼 술. 접대용 고급 주류. 독한 술. 갈색 병의 올드한 디자인. 40~50대 아저씨들이 즐기는 술.” 그동안 위스키에 지겹도록 따라 붙던 꼬리표다. 최악의 위기 속 위스키 업계는 이 고정관념부터 깨기로 했다. 위스키하면 연상되는 올드한 편견부터 깨야 제2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출고가 낮추고… 소용량 제품 라인업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스키업계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잇따라 출고가 인하를 단행하고 저렴한 라인업을 신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혼술, 홈술 트렌드에 맞는 소용량 제품과 다양한 음용법 및 시음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젊은 소비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가격인하에 적극 적인 곳은 임페리얼이다. 임페리얼을 인수한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 임페리얼 스무스 17년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15% 인하했다. 업계 12위인 디아지오코리아와 골든블루도 가격 인하 움직임에 동참했다. 골든블루는 사피루스, 팬텀 디 오리지널 등 주력 위스키 4종의 출고가를 최대 30% 낮췄고,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 12년’ 등 6종의 출고가를 최대 20% 낮췄다. 

윈저는 홈술 트렌드를 위한 접근성도 높였다.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고 품질 대비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가성비를 앞세운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소용량 패키지도 내놨다. 디아지오코리아 조니워커는 지난 4월 200㎖ 소용량 패키지를 리뉴얼 출시했다. 또 칵테일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도록 조니 레몬, 조니 진저같은 간편한 레시피도 함께 공개했다.
조니워커 200㎖ 소용량 패키지 리뉴얼 출시/사진=디아지오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 혼술은 물론 지인들과 화상통화를 통해 만나는 ‘버추얼 파티’(Virtual Party), ‘랜선 파티’ 등의 새로운 음주문화가 부상하고 있어 ‘하이볼’ 칵테일 등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용량 위스키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조니워커는 밀레니얼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지속적인 소통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조니워커 소용량 패키지 리뉴얼을 진행하게 됐다”며,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조니워커 소용량 제품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윈저와 소용량 조니워커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면 골든블루는 출고가가 1만7200원인 ‘팬텀 디 오리지널 리저브’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팬텀 리저브는 지난해 10월 출시한 팬텀 브랜드 라인 중 첫달 판매량이 가장 높게 나온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컬러풀’을 제품 키워드로 컬러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한병당 6000만원… 프리미엄으로 위기 돌파

위기를 프리미엄으로 돌파하려는 업체들도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리베이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주류 고시가 새롭게 시행되면서 업소 영업을 없애고 명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영입한 신임 대표 역시 명품 마케팅 전문가인 김효상 전 티파니코리아 사장이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지난달 글렌피딕 12년과 15년 패키지 디자인을 전면 리뉴얼하는 한편 정통 수제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를 통한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발베니 50년산의 두번째 시리즈인 ‘메리지 0197’을 내놨다. 발베니 메리지 0197은 전세계적으로 110병만 출시됐으며 국내에는 단 1병만 입고됐다. 한 병당 가격은 약 6000만원이다. 

세계 1위 싱글몰트 제품으로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맥켈란은 ‘맥캘란 에디션 넘버5’를 한정판으로 내놨다. 출고가는 700㎖ 기준 23만원. 맥켈란 에디션 넘버5는 같은 이름으로 출시된 시리즈의 다섯번째 제품이다. 2015년 출시된 ‘맥캘란 에디션 넘버1’는 당시 약 20만원 정도에 출시됐는데 현재 1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로얄살루트 25년 트레저드블렌드/사진=페르노리카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럭셔리 위스키 ‘로얄살루트’를 통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로얄샬루트 21년 몰트를 출시, 21년 이상 숙성된 희소한 몰트 원액을 사용했다. 가격은 700㎖에 21만8000원이다. 임페리얼 판권을 매각한 페르노리카는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등 프리미엄 위스키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고급 위스키를 마신다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디자인, 문화 이벤트 등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임페리얼의 새로운 가치를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위스키를 선호하는 마니아층과 부담 없이 위스키를 즐기려는 일반 소비자들 중심으로 위스키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소비자의 음주 트렌드와 회식 문화가 급변함에 따라 이에 현명하게 대처 가능한 방안들을 찾는 것이 주류업계의 숙제”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4호(2020년 5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