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 맞수인 중국에 칼을 빼들었다.
 
28년만에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미국 내 수세 분위기를 대외 중국 카드로 반전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더구나 중국과의 고리가 있다고 주장해온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를 서둘러 끊음으로써 지지층을 다시 끌어모으려는 행보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과 관련해 28년간 홍콩에 부여해 온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약속 깼다"… 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과 관련해 28년간 홍콩에 부여해 온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깼다"면서 "행정부에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홍콩과 맺은 모든 합의 사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한 홍콩 관리들을 제재하고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미국 안보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의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반중국 시위와 진압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여행경보 수준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미국 등 서방이 반대해온 홍콩보안법 제정 절차를 강행한 데 대한 대응이다. 중국은 앞서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회(한국의 국회 격)에서 반중 인사를 처벌하고 미국의 홍콩 개입을 금지하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홍콩에서 분리·전복을 꾀하는 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돼 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홍콩은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품목에 따라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한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상품 가운데 약 절반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홍콩은 예외였다.


또 미국은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책임자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과 미국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내릴 수도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고리' WHO 인연 서둘러 끊었다, 왜?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고리가 있다고 주장해온 세계보건기구(WHO)와의 연을 결국 끊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WHO는 우리가 요청한 개혁을 하지 못했기에 오늘부로 WHO와 관계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중국 편향과 부실 대응 등을 이유로 WHO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달 14일 WHO 자금 지원을 중단 결정을 했고 지난 18일에는 30일 내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자금 지원을 영원히 끊고 WHO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했다.

WHO에 통보한 시한을 3주나 앞두고 관계 단절을 서두른 것은 코로나19를 잘못 대응해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한 중국을 겨냥해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강수를 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11월 대선을 겨냥한 트럼프의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잇댄 초강수를 둔 것은 11월 대선용 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로이터

코로나 대응 실패, 지지율 하락세에 빠진 트럼프

미국 선거전문매체 ‘538’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 3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3월28일 45.8%로 취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4월6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44.3%로 떨어졌다.

퀴니피액대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의 지지율이 39%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가 깨지면서 11월 대선에서의 재선 가도도 불투명해졌다. 또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찬성 의견도 지난달 46%에서 41%로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백악관 코로나19 TF 브리핑에서 살균제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인체 내 주입을 통한 치료법을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살균제 남용이 증가하자 그는 "이유를 상상할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마스크 착용을 불편해 하는 모습으로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 5일 애리조나주의 마스크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 대중들에게 여전히 이 병이 심각한 게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