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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는 라이벌로 불린다. 글로벌 판매량이나 매출액 면에선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소비자 인식엔 별 차이가 없다. 2015년 이후 현대차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16개 이상의 수상실적을 기록했지만 토요타는 딱히 딱히 수상실적이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프리미엄시장에서는 현대의 제네시스가 토요타의 렉서스와 맞붙는다. 올해의차, 내구품질조사 등에서 렉서스를 누르고 1위에 오르는 등 출범 5년만에 거둔 성과도 놀랍다. 지난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모터스포츠 대회에서도 현대는 토요타를 넘어서며 시즌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제 현대차는 첨단기술을 통해 토요타를 압도할 미래를 준비한다.
그로부터 6년 뒤 현대차는 토요타를 비롯해 폭스바겐, 포드, 시트로엥 등 랠리의 전통 강호를 꺾고 포디움(시상대) 정상에 올라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1996년 WRC에 첫 발을 들여놨다가 시상대 근처도 가지 못한 채 2003년 슬그머니 철수한 회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는 어느덧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다른 메이커의 추격을 받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우려에서 환호로 바뀐 WRC 프로젝트
현대차가 WRC에 다시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만 해도 “왜 모터스포츠에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라면 모터스포츠를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자신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시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회사는 물론 미국의 포드, 프랑스 르노와 푸조-시트로엥, 일본의 토요타, 닛산, 혼다도 모터스포츠의 강자로 꼽히며 저마다 내세울 고성능차가 존재한다. 한국 브랜드 중 현대차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2012년이면 모터스포츠 중 으뜸으로 꼽히는 ‘포뮬러원 그랑프리’(F1 GP)가 한국에서 열린 직후여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크게 늘었을 때다. 당시 현대차는 기술력 외에도 제품라인업이 더 문제였다. 그나마 스포츠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제네시스 쿠페’ 뿐이었다. 수천억원을 들여 기술개발을 하고 모터스포츠에 참가해도 그 노하우를 담아낼 그릇이 없었던 것. “현대차는 왜 슈퍼카를 만들지 못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겠다. 고성능차 개발과 모터스포츠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여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왜 WRC일까. 이 대회는 양산차를 튜닝한 경주차로 참가해야 해서 투자 대비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중브랜드로서 많은 이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차를 만들며 성장한 회사 입장에선 도전할 만한 대회로 꼽힌다. 폭스바겐, 포드, 시트로엥 등의 브랜드가 이 대회에 집중한 배경이기도 하다. WRC는 규정에 따라 여러 클래스로 나뉘지만 현대는 이전과 달리 최고클래스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록의 토요타를 넘어서다
2015년 토요타는 2017 시즌부터 WRC 재참가 의사를 밝혔다. 토요다 아키오 사장이 직접 ‘토요타 가주 레이싱’팀의 총대표를 자청하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1999년 WRC에서 철수했지만 현대차의 도전이 거슬렸던 것.
모터스포츠 마니아인 아키오 사장이 직접 팀을 이끈 효과인지 참가 2년만인 2018년에 제조사부문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전세계 각종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며 쌓은 노하우가 빛났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현대는 토요타에 밀려 제조사부문 2위에 만족해야 했다.
WRC 2019 시즌은 초반부터 현대와 토요타가 승리를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고 후반으로 갈수록 제조사부문 우승을 두고 자존심대결이 치열해졌다. 승리의 여신은 현대의 손을 들어줬다. 제조사부문과 드라이버부문에서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경기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호주의 대형 산불로 호주랠리가 취소됐고 현대 1위, 토요타 2위로 마무리됐다.
이 같은 기념비적인 성적에는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뒷받침됐다는 평이다. 토요타자동차의 토요다 아키오 사장의 적극적인 행보가 모터스포츠에서의 좋은 성적을 넘어 ‘가슴 뛰는 차’라는 제품철학으로 이어진 것처럼 정의선 부회장의 치밀한 계획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회사 내부에서 모터스포츠 참가를 두고 반대가 있었지만 정면돌파 없이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과감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우승 경험, N브랜드에 담는다
현대는 2014년 12월 BMW의 고성능브랜드 M 차종을 개발한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시험 고성능차 담당으로 영입하는 전략을 폈다. 그 결과 2015년 이후 WRC은 물론 대세 모터스포츠대회로 떠오른 ‘월드투어링카컵’(WTCR)에서도 2018-2019시즌 2년 연속 우승 등 양산차 기반 국제대회에서 포디움을 싹쓸이했다, 지난해에는 완주율 50%의 뉘르부르크링24시에 출전, 4년 연속 완주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토요타는 올 시즌 새로운 머신을 앞세워 내구레이스에 출전하려 했지만 내년으로 미뤘다.
2017년 런칭한 현대차의 고성능브랜드 ‘N’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WRC에 출전한 i20 월드랠리카는 소형 해치백 차종인 i20를 바탕으로 1.6ℓ급 터보차저 엔진을 얹어 300마력의 힘을 내고 경기 전용 6단 시퀀셜 변속기를 탑재했다. 여기에 4륜구동시스템과 다양한 노면에서도 자세를 유지하는 전용 서스펜션, 낮은 무게중심과 공기역학까지 모든 역량을 모았다.
WRC의 감동을 3000만원대 스포츠카로 담은 것 역시 ‘현대답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적인 N 차종인 벨로스터N은 지난해 1000대가 팔렸지만 올해는 5월까지 이미 900대를 넘어섰다. 벨로스터N 자동변속모델은 출시 5일 만에 200대가 계약됐다. 벨로스터는 2018년 신형 출시 이후에도 연간 판매량이 400여대에 머무를 만큼 인기가 저조했지만 ‘N’을 붙인 뒤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한 고성능 라인업을 선보이는 중이고 그게 전부라는 평을 받는다. 반면 현대는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으로 대변되는 본격 미드십 스포츠카를 내놓을 계획이다. 엔진을 차 뒷부분에 설치한 한국의 포르쉐를 만드는 게 목표다. 현재 RM19로 양산 전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전기스포츠 콘셉트 ‘프로페시’를 통해서도 미래 비전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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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