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토요타의 글로벌 판매량. 완성차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토요타가 현대차를 앞선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현대자동차의 토요타자동차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 완성차 판매량만 놓고 보면 여전히 토요타가 현대차를 앞선다.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 토요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1045만6593대로, 독일의 폭스바겐을 제치고 4년 만에 세계 최다 판매업체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2019년 한해 719만7604(현대차 442만5528대, 기아차 277만2076대)를 판매, 세계 5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자율주행차와 같은 차세대 이동수단(미래 모빌리티)이나 변속기·디자인처럼 자동차 성능·완성도를 결정짓는 기술에서 토요타에 우위를 점하는 추세다. 미래 자동차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분야에서 현대차는 토요타를 앞서 나가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우위 점한 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는 대표적인 차세대 이동수단이다. 점점 엄격해지는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 규제로 완성차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 전환을 서두른다.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토요타는 상대적으로 배터리 전기차(BEV)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시장에 한해 라브4 EV를 판매하는 등 시범적으로 전기차를 내놨을 뿐이다.

토요타가 주저하는 사이 현대차는 전기차시장에 뛰어들었고 시장은 토요타의 예상보다 커졌다.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600만대 정도였던 세계 전기차시장 규모는 2020년 850만대로 커지고 2030년까지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현대차의 양산 전기차는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기술력의 핵심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코나 일렉트릭 기준 406㎞로 테슬라 모델3의 446㎞에 근접했다. 현대차는 2021년부터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500~600㎞에 달하는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준중형 크로스오버 전기차(개발코드명 NE)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현대차가 앞섰다는 평이다. 미국 기술조사업체 내비건트 리서치가 2019년 3월 발표한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선 현대차가 15위, 토요타가 8위였다. 2020년 3월 자료에선 현대차가 ‘앱티브 합작’ 효과로 6위로 뛰어올랐고 토요타는 11위로 떨어졌다.

내비건트 리서치는 기업의 자율주행 기술과 비전, 시장 진출 전략, 파트너, 생산 전략, 영업과 마케팅, 품질 안정, 포트폴리오 등 미래가치와 지속가능성 등 10개 평가기준을 정해 자율주행기술 수준의 순위를 매긴다. 세계 자율주행기술 평가에선 그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현대차가 해외 스타트업 등과 자율주행기술 업무협약을 체결한 사례는 22건에 이른다.

내연기관차 기술, 디자인도 따라잡아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에서도 현대차는 토요타를 추월 중이란 평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의 핵심부품인 변속기다. 변속기는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고 출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최근엔 주행감각, 승차감 등의 감성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제조사는 제품 특성에 맞는 변속기를 고르기 위해 수많은 조합을 연구한다.


자동차제조사가 다양한 종류의 변속기를 직접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품 특성상 설계와 생산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중 폭스바겐, GM,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정도가 변속기를 자체 개발하며 대부분은 독일 ZF, 일본의 자트코나 아이신 등 변속기 전문업체에 맡긴다.

현대차는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에서 변속기를 공급받으니 사실상 현대차가 직접 만드는 셈이다. 변속기 제품 포트폴리오는 차종을 넘나든다. 앞바퀴굴림(전륜), 뒷바퀴굴림(후륜), 대형상용에 대응하는 자동변속기와 고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수동 변속기의 효율성과 자동 변속기의 편리성을 모두 갖춘 변속기)도 만든다.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기존 업체의 특허를 피하면서도 오히려 100여개 이상의 특허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후발주자의 추격을 막는 중이다.
2019년엔 하이브리드차의 주행 모터를 활용한 능동변속제어(ASC, Active Shift Control) 기술도 세계최초로 개발했다. ASC 기술은 세계최초로 주행 모터로 하이브리드차의 다단 변속기를 정밀 제어해 효율을 높여준다.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차가 이 기술을 통해 하이브리드차 기술력이 강한 일본 토요타를 넘어설 기반을 쌓았다는 반응이다.


현대차는 디자인에서도 인정받았다. 10여년 전만 해도 토요타 주력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디자인 아이디어를 따라한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2015년 이후 현대차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16개의 수상실적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일본에서 실시하는 굿디자인 어워드를 제외하곤 수상실적이 없다.
제네시스 브랜드 첫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 신차발표회 현장. /사진=장동규 기자

토요타 성지 점령한 현대차

글로벌 자동차 공룡 토요타의 시장점유율은 해외시장에서 잘 드러나지만 현대차가 앞선 사례도 나왔다. 베트남자동차산업협회(VAM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1분기 베트남에서 현지 합작법인인 현대탄콩을 통해 1만5362대를 판매, 30.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7.5%의 토요타(1만3743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07년 베트남시장 진출 이후 판매량에서 토요타를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말 그대로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베트남시장 내 일본차 점유율은 60%. 특히 4대 중 1대가 토요타일 정도로 베트남은 일본차의 텃밭이다. 이런 상황에 현대차는 베트남 진출 후 현지 판매망과 서비스네트워크, 자동차 상품성 등을 꾸준히 개선해왔고 그 성과가 올 1분기 나타난 것이다.

미국에서도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2001년 75만3628대이던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수출, 현지판매)은 2019년 122만152대를 기록하며 매년 200만대 가량 판매한 토요타와의 격차를 좁혔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2009~2010년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recall) 사태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기간 중 토요타는 북미에서 급발진 관련 10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리콜하며 신뢰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 사태로 주가와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입은 손실액만 약 40조원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화재 위험, 에어백 결함 등으로 수십만대 이상 리콜을 실시하며 어려움에 빠졌다. 이를 기회 삼은 현대차는 토요타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웠고 미국의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신차품질조사(IQS)’에서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3위를 차지하며 8위에 머무른 토요타를 압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량에선 아직 뒤처지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나 수소차, 전기차 등 새로운 분야에서는 토요타를 앞질렀다”며 “플라잉카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8호(2020년 6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