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아이스 스카프를 몸에 두르고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박정호 뉴스1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반도를 덮친 지 어느덧 반년이 됐다. 보건당국의 방역태세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국민들이 일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란 의견이다. 제 몸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의료진의 현장 얘기를 들어봤다.
“정신, 육체 모두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아요. 동료와 국민 응원, 사명감으로 버텼죠.”
김진선·신혜민 간호사는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에서 의료 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됐던 3월, 신천지 대구교회를 시작으로 지역 방역시스템이 무너진 것을 실감하면서 이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의료진과 병상이 부족했고 환자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김 간호사는 회상했다.
삼성생명연수소에서 근무 중인 김진선 간호사. /사진=김진선 간호사 김 간호사는 “당시 간호사 6명이 확진자 168명을 관리했는데 3교대여서 한 근무조당 간호사 1~2명이 관리했다”며 “환자 검체 채취를 돕고 투약과 임상징후를 확인하다보니 늘 시간에 쫓겼다. 다섯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월 대구·경북의 병상이 부족하자 경증환자의 예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했다. 이에 전국의 생활치료센터 18곳에 경증환자 2448명과 의료진을 파견했다. 김 간호사는 3월부터 4월까지 전북 김제 삼성생명연수소 생활치료센터에서 대구·경북 코로나19 경증환자를 돌봤다.
지난해 영남대병원에 입사한 신 간호사는 2월부터 4월까지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일하며 코로나19 환자를 관리했다. 신종감염병인 만큼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 환자와 의료진 모두 정신적으로 지쳤다고 그는 회상했다.
영남대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 중인 신혜민 간호사. /사진=신혜민 간호사
신 간호사는 “방호복과 장갑을 두세 겹 끼면 촉각이나 행동이 둔해지면서 정맥주사 등 평소 하던 업무도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며 “환자들은 이런 고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종종 화를 낸다. 아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의료진도 때로는 정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병원업계에 따르면 격리조치에 반발하거나 진단검사 결과를 의심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퇴원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검사를 앞두고 한껏 기대했다가 양성 결과에 실망해 의료진에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 역시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에 공감하지만 폭언 앞에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더운 날씨도 의료진을 힘들게 한다. 영남대병원은 5월 말부터 코로나19 병동 운영을 중단, 선별진료소(드라이브 스루)를 운영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의료진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신 간호사는 “선별진료소는 실외 근무여서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신체 피로도가 높다. 무더위에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면 탈수나 피부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경해여고 학생회. /사진=경해여고
물론 의료진에 항의하는 환자보다 응원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이 때문에 의료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두꺼운 방호복에 숨이 차고 보호구에 살이 쓸려 빨갛게 부어올라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힘에 부치는 일도 많지만 입소자가 완치해서 퇴소할 때, 동료들이 서로 고생했다며 지지할 때, 많은 국민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을 때 등 가슴이 뭉클한 적이 많았다며 두 간호사는 입을 모았다.
김 간호사는 “생활치료센터 건의사항을 보고 많이 놀랐다. 건의사항보다 ‘감사합니다’ 등 응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며 “격리된 환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데 격려해주시니까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더 확고해졌다. 의료진이 감염되지 않도록 환자들 스스로 조심하는 모습도 감동이었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선물도 의료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 간호사는 “일면식도 없는 의료진에게 귤이나 이온음료 등 간식과 지원물품을 보내주는 분들이 많다”며 “응원과 격려를 받으니 보람차고 사명감이 생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모두 힘들지만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에 신경쓰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