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이 회계부정 사유로 휘문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지위를 직권으로 지정 취소했다. /사진=휘문고등학교 홈페이지
서울시교육감이 휘문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지위를 지정 취소했다. 이에 휘문고는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다음해 일반고로 전환된다. 앞서 명예이사장이 학교 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가 선고받은 휘문고의 회계부정은 운영성과평가 없이도 자사고를 지정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1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고 교육청 감사와 경찰수사, 법원 판결로 회계부정 등이 드러난 휘문고에 대해 심의한 결과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휘문고는 오는 23일 청문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다음해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사고는 자율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학교장 자체선발권과 등록금 자율징수권을 가져 일반고와 구분된다.


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회계부정 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즉각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 중인 2025년 자사고·특목고 일괄 폐지에 앞서 운영성과평가를 거치지 않고 교육감 직권으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휘문고가 처음이다.

휘문고는 지난 2018년 교육청 민원감사 과정에서 학교법인 휘문의숙 8대 명예이사장이 2011~2017년 6년간 법인사무국장 겸 행정실장과 공모해 A교회로부터 학교체육관·운동장 사용료 외 학교발전 명목 기탁금을 받는 방법으로 총 38억2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명예이사장은 아울러 학교법인카드 사용 권한이 없음에도 지난 2013~2017년 5년간 2억3900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카드대금 일부를 학교회계에서 지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종합감사에서는 학교 성금 등 회계 미편입 및 부당사용, 학교회계 예산집행 부적정 등 총 14건을 지적받았다.

교육청은 당시 감사 결과를 토대로 명예이사장,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 4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했고 1심 선고 전 사망한 명예이사장을 제외한 이사장과 법인사무국장은 지난 4월9일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창우 장학관은 "교육청 감사와 검찰 기소, 대법원 판결로 회계부정이 드러난 학교를 2025년 일괄 폐지시까지 자사고로 계속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며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명백한 회계부정이 있어 지정 취소 사유로 충분하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회계부정의 주된 내용이 이사장 일가의 횡령이라는 점에서 휘문고가 자사고 자체와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제기돼 이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2025년 자사고 일괄 폐지가 예정돼 있어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법적 소송으로 갈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현재 서울의 자사고는 21개교지만 2025년 일괄 폐지까지 13개교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번 지정 취소된 휘문고를 제외해 12개교가 남았다. 지난해 문제가 된 8개교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 지정 취소가 확정된다.

휘문고는 지난 1906년 설립 후 1978년 종로구 원서동에서 강남구 대치동으로 학교를 이전 2011년 자사고로 인가를 받았다. 2006년 휘문의숙 창립 100주년을 맞은 등 명문사학으로 불려왔다. 최두선·백두진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방송인 손석희, 소설가 김유정·김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 등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