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와의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결정했다. 자력회생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진=뉴스1
국내 최초의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의 주식매매계약(SPA)이 백지화됐다. 계약서상 선행조건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던 양측은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수년 간 경영난을 겪어온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제주항공은 공시를 통해 지난 3월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M&A에 이례적으로 정부까지 개입하며 계약 이행을 촉구했지만 제주항공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이스타항공 창업주)를 만나 '대승적 차원'에서의 계약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동반부실 부담 컸을듯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부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난에 허덕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제주항공과의 국내 기업결함심사 승인을 결정하면서 '이스타항공은 회생불가 항공사'라고 판단한 바 있다. 회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 누적적자로 자기자본이 감소하는 현상 자본잠식이라고 한다.

갈수록 상황은 악화됐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여객 급감, 보잉 737-맥스(MAX) 8 결함에 따른 운항중지 그리고 올해 코로나19까지 각종 악재가 겹쳤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국내선 및 국제선을 모두 중단하는 셧다운에 돌입했다. 지난 2월부터는 임직원 급여도 온전히 지급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이스타항공은 영업손실 359억원, 당기순손실 409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손실 657억원, 당기순손실 1014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했다. 제주항공은 인수합병 시 발생할 동반부실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계약해제 조건을 갖췄다고 제주항공이 발표한 것이 사실상 노딜 선언이었다"며 "국토부 중재 노력에 대한 예의로 조건을 붙였지만 경영 공시까지 나왔으니 이제 손을 완전히 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