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선수 기성용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FC서울 입단 기자회견'에서 FC서울 마스코트 서울이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기성용(31)이 돌아왔다.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 유니폼을 입고 큰물로 나설 때는 앳된 얼굴의 10대였는데 어느새 유럽리그에서만 10년 넘게 뛰고 월드컵 3회, 올림픽 2회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모습으로 바뀌어 K리그에 복귀했다.

기성용은 지난 22일 FC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돌아오는 과정 중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는 표현으로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짚으면서도 "지난 시간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K리그로 돌아올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행복을 말했다. 회견 내내 표정이 밝았다.


기성용의 첫 번째 국내 복귀 시도가 있었던 지난 2월초를 떠올리면, FC서울과 기성용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싶었던 평행선 같았다. 당시 논란과 잡음이 제어하지 못할 수준으로 넘쳐나자 기성용 측은 "기성용이 올 시즌 K리그로 복귀하는 일은 매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없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입장을 발표했을 정도다.

모두가 알고 있는 지난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만남이 더 반가운지 모르겠다. K리그에 있다가 해외로 나가는 유망주는 많아졌어도 잘 자라 집으로 되돌아오는 '연어'는 거의 없었기에 FC서울 팬들과 관계자뿐만 아니라 판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줄다리기는 마무리됐고 도장은 찍혔다. 하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제 관건은 잘 자라 돌아온 연어 기성용이 어떤 모습으로 리그를 누빌 수 있느냐다. 그의 전철을 따라 밟을 또 다른 후배 연어들이 있기에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 또 중요하다. 때문에 달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복귀하자마자 휘젓고 다닌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아름다운 상상이 모두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도 기성용도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다. 아직 몸 상태는 온전치 않고 심리적 부담은 큰 기성용이다.


프로축구 선수 기성용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FC서울 입단 기자회견'에서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7.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2011년 말로 시계를 돌린다. 러시아리그에서 뛰다가 국내 복귀를 저울질하던 김남일(현 성남FC 감독)은 심사숙고 끝 "한국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밖(해외클럽)에서 은퇴하려한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김남일은 "나이도 있고 전성기도 다 지났다. 아름답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혹시 국내 팬들 앞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어쩌나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두려움을 말했다. 결과적으로 2012시즌 인천으로 돌아왔고 이후 최강 전북현대까지 이적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으나 터프가이 김남일도 'K리그 유턴'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올해 울산으로 돌아온 이청용 역시 첫 회견에서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내 모습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며 기대치에 대한 부담을 설명한 바 있다. 기성용이라고 다르지 않다.


기성용을 잘 아는 관계자는 "기성용이 한국으로, 또 FC서울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 해야 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공들여 쌓은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도전이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고 귀띔했다.

자신이 택한 길이고 따라서 당연히 이겨내야 하는 일이다. 극복해 내는 것에 익숙할 레벨의 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담이 공포로 바뀌면 그땐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주위의 기다림이다.

관계자는 "못하는데 칭찬을 바랄 선수는 아니다. 대중들의 차가운 평가를 받는 것은 프로선수들의 숙명"이라면서도 "다만 너무 빠른 재단만은 자제했으면 싶다.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고, 성용이는 슈퍼맨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의 당부도 그것 하나였다.

기성용은 복귀회견에서 "몸 상태가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면 '경쟁력'은 걱정하지 않는다"거나 "반드시 제2의 전성기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등 예상과 달리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거침없는 출사표였지만, 사실 그 앞에 전제가 숨어 있다. 바로 '기다려준다면'이다. 요컨대 지금 기성용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어지러운 FC서울을 구할 '난세의 영웅'을 기대하는 시선이 적잖다. 구단이 기성용에게 원하는 것 역시 그 맥락이다. 서울 팬이 아닌 이들도 강한 임팩트를 기다리고 있을 터. 그렇지만 등장과 동시에 가라앉는 배를 번쩍 들어 올리는 슈퍼맨의 모습을 바란다면 욕심이다. 기성용 스스로도 그런 그림은 배제하고 준비하는 게 이롭다.

오래 기다려온 인물이라 서둘러 보고 싶으나 그래서 좀 더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FC서울의 처한 현실이 급하고 이 상황을 기성용이 모르는 바 아니나 몇 주, 불과 며칠을 앞당기려다 아예 한숨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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