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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끝을 맺었다. 수많은 이야깃거리 가운데서도 이번 시즌은 유독 감독들에 얽힌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2개월이나 늦게 프리미어리그를 떠나보내면서 이번 시즌 어떤 감독 열전이 펼쳐졌는지 조명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만큼은 달랐다. 선수 시절 특출난 활약을 선보이며 구단의 전설적인 선수로 거듭난 이들이 친정팀으로 돌아와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들 대부분은 구단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감독들이기도 하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은 현역 시절 맨유에서 공격수로 활약하며 366경기에서 126골을 터트렸다. 순백의 젊어보이는 외모와 교체 선수로 주로 나와 인상적인 골들을 여럿 넣은 특성 탓에 '동안의 암살자', '슈퍼 조커'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솔샤르는 지난 시즌 중반 맨유 감독으로 부임해 이번에 첫 풀타임 시즌을 맡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솔샤르의 전망은 불투명했다. 역대 수비수 최고이적료로 해리 매과이어(8000만파운드)가 합류하는 등 보강이 이뤄졌으나 들쑥날쑥한 경기력은 여전했다. 핵심 미드필더 폴 포그바는 부상과 이적설로 팀 내 잡음만 키웠다. 순위도 중상위권에 그치면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솔샤르의 반전은 겨울에 이뤄졌다.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그토록 원하던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영입했다. 페르난데스는 맨유에 합류한 뒤 프리미어리그 14경기에 출전해 8골7도움이라는 기록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중심 선수로 급부상했다.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공격진이 서서히 폼을 회복하면서 맨유는 점차 경기력을 회복했다. 뒤바뀐 팀의 모습에 '문제아' 포그바도 경기에 집중하며 팀 선전에 기여했다.
그 결과 맨유는 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순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리그 막판 페르난데스의 체력적 문제가 겹치며 한계가 드러나는 듯 했으나 '신성' 메이슨 그린우드 등 공격진이 힘을 내면서 문제가 최소화됐다. 맨유는 결국 최종전에서 레스터 시티를 2-0으로 잡아내며 승점 66점을 확보,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치는 역전극을 이뤄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수석 축구기자 헨리 윈터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솔샤르는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맨유를 3위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맨유는 솔샤르 지휘 하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했다"라고 극찬했다.
현역 시절 중앙 미드필더임에도 첼시에서만 211골을 퍼부었던 프랭크 램파드는 친정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이런 공격적 성향을 그대로 투영시켰다. 램파드 감독은 태미 에이브러햄, 칼럼 허드슨 오도이, 메이슨 마운트, 리스 제임스 등 유스 출신의 역동적인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완전히 개편했다. 영입 금지 징계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지만 이런 개편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첼시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69골을 터트렸는데 이는 우승 시즌이던 지난 2016-2017시즌 85골 이후 첼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가장 많은 득점이다. 마운트, 에이브러햄, 허드슨 오도이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넘어온 크리스티안 풀리시치까지 시즌 후반 터지며 첼시는 순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특히 풀리시치는 부상으로 리그 25경기에만 출전했음에도 9골4도움을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공격수 에덴 아자르의 공백을 많은 부분 덮었다.
램파드 감독은 다음 시즌 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신의 축구를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이미 공격형 미드필더 하킴 지예흐와 공격수 티모 베르너 영입이 확정됐다. 또다른 공격형 미드필더 카이 하베르츠의 영입도 거의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수비수 벤 칠웰 등 추가 보강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성적을 낸 램파드 감독은 부임 2년차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아스날에서 주장을 맡았던 미켈 아르테타는 친정팀이 최악의 침체에 빠진 지난해 12월 돌아왔다. 아르테타는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와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아스날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다. 은퇴 이후에는 '은사' 아르센 벵거 감독의 코치 권유를 마다하고 세계 최고의 전략가로 손꼽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부름을 받아 맨체스터 시티 수석 코치로 부임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르테타의 아스날 부임설이 돌았을 당시 공개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을 만큼 그를 아꼈다.
최고의 전술가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거친 아르테타는 아스날로 돌아온 뒤 차근차근 변화에 돌입했다. 아르테타 부임 전까지 아스날은 확실한 방향 없이 시즌을 표류하고 있었다. 수비 조직력은 최악에 가까웠고 주장 그라니트 자카가 홈 팬들과 언쟁을 벌이는 등 팀 내외적인 분위기도 매우 나빴다.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에메리 감독은 결국 경질당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너덜너덜해진 팀의 지휘봉을 잡아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아스날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확연한 변화를 불러왔다. 새해 첫 경기에서 맨유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둔 건 신호탄이었다. 지난달 프리미어리그 재개 이후에는 리그 1, 2위인 리버풀, 맨시티를 상대로 나란히 승리를 거두는 등 보다 단단해진 팀 컬러를 뽐냈다. 특히 아르테타 감독 부임 전후로 맨시티가 선보이던 강한 압박과 많은 패스, 철저한 후방 빌드업이 팀에 크게 녹아들었다.
아르테타 감독은 여전히 불안 요소를 안고있다. 여름이적시장에서 선수단 개편이 필요하지만 구단이 내민 이적료는 고작 3000만파운드(한화 약 46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다비드 루이스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정적인 자원 안에서 아르테타 감독이 얼마나 전술적인 역량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다음 시즌 아스날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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