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린 지 27일로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삼성이 초조하게 검찰의 수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달 24일에는 수사심의위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47)에 대해서도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도 넘기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검찰이 두 사건에 대해 각각 어떤 판단을 내릴지, 재계와 법조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두 건은 별개의 사건이지만 모두 국민적 관심사인 데다, 서로 미묘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법조계에서는 검언유착 의혹을 둘러싼 대검찰청과 법무부-서울중앙지검 간 갈등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권고 수용 여부 결정을 늦어지게 한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 수용 여부 판단 주체는 서울중앙지검인데,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지검장 간 의견교환이 원활치 않았다. 실제 매주 수요일 이뤄지던 윤 검찰총장에 대한 이 지검장의 대면보고는 지난 4주간 서면으로 대체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재계 등에서는 '검찰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우선 정리되어야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도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나왔다.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한달이 넘도록 수용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는 지난달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 한 검사장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가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의 고심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부산검찰청을 방문해 한동훈 부산고검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2020.2.13/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에 대해 검찰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의 수는 크게 4가지다. 검찰이 두 사건 모두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두 명 모두 기소하지 않을 경우, 두 사건 중 어느 한 사건만 권고를 수용해 이 부회장만을 기소하거나, 한 검사장만을 기소할 경우, 아니면 두 사건 모두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를 강행할 경우 등이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검찰이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비판은 면하기 어렵지만, 비판 수위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수용할 경우, '과잉 수사'를 해왔다는 점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물론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를 주장하는 세력의 비판도 불가피하다.

반대로 두 건 모두 권고를 따르지 않고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의 검찰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과 함께 검찰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1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수사의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로부터 평가받기 위해 검찰 스스로 도입한 제도로 그나마 검찰의 기소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검찰은 이번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에 앞서 열렸던 수사심의위의 8차례 결정을 모두 따랐었다.

검찰이 어느 한 사건만 권고를 따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기업인 표적수사', '제 식구 감싸기', '편향성' 등 무수한 뒷말을 남길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검찰수사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가 무리한 기소로 이어졌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선진국의 기소대배심에 준하는 검찰수사심의위 입법화를 진지하게 논의할 단계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지난 1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제61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법조계와 재계 등에서는 검찰이 이르면 내달 초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본다.

법무부가 이번 주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내달 초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 경영 승계 의혹의 주임검사인 이복현 부장검사가 전보 발령이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성윤 서울지검장에 대해서는 고검장으로 승진하거나 유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은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이 잰걸음을 걸어야 할 상황이지만,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사법리스크로 인해 발걸음이 한층 무거워질 수 있다.

이번 경영 승계 의혹과 관련, 검찰은 1년8개월간 기간에 걸쳐 삼성에 대해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을 진행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검의 기소 직후 열린 80차례 재판 중에서 직접 참석한 횟수가 1심 53차례를 포함해 70번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열릴 경영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도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생활가전, 전장 등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업을 점검했고, 지난 21일에는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정의선 부회장을 만나 전기차 협력을 논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2년 가까이 삼성 경영 승계 의혹 사건을 수사했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다 수사심의위도 설득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며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0.7.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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