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덮다 블랙홀 될라…행정수도 이전, 너무 빠지면 안된다
민주당, 일주일만에 행정수도완성TF 출범하고 속도전 예고
"행정수도 이슈는 블랙홀, 일자리와 경제회복 대책 등 헝클어지며 초점 잃어"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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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이준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띄운 '행정수도 완성론'이 일주일째 모든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포스트 코로나' 지도부를 자임했지만, 집권 여당이 챙겨야 할 모든 현안들이 '행정수도'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행정수도 이전이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해결하지도, 서울 집값을 잡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과연 추진 시기가 적절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론화한 '행정수도 완성론'은 개헌론까지 이어지며 정국을 달구고 있다.
추진도 속전속결이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선 전까지 끌고 가지 않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한 대로 관련 추진조직도 일사불란하게 꾸려졌다.
공론화 일주일만인 27일 오후 국회에서는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전담조직)' 첫 회의가 열렸다. 4선 중진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박범계·이해식·김두관·조응천 의원 등 총 17명이 TF에 참여해 논의를 본격화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TF 첫 회의에서 앞으로 추진단의 활동과 관련, "실질적 추진 로드맵(단계별 이행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대선까지 시간을 끌지 않고 그 전에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오늘을 시작으로 행정수도(세종) 완성과 경제수도(서울) 로드맵에 나서겠다"며 "여야 합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대선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일주일만에 개헌 얘기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행정수도 논의가 코로나19 대응부터 코로나발 경제위기 대책, 한국판뉴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부동산 대책, 남북관계 경색, 권력형 성추행 근절 대책 등 시급하고 민감한 현안들을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현안을 가리는 것은 물론 해당 현안에 대한 해법 모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실패 정국을 가리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부동산 문제는 신경을 안쓰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야심차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국판 뉴딜'과 같은 국가적 의제에 대한 주목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당청 지지율을 동시에 끌어내린 부동산 난국을 정리하지 못한 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끌려들어갔다.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있었지만 청와대가 없었던 일로 정리한 이후, 이렇다 할 당정청의 부동산 묘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도 유휴부지 활용과 용적률 상향 정도에 그친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국면은 좀 진정된 것 아니냐"며 "통합당에서도 찬성 발언이 나오는 걸 주목해달라. 지금 여야 합의로 시대정신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파묻혀 다른 일들은 손놓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상임위별로 현안들을 열심히 챙길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말려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당 내부에서 찬성 취지의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여당의 행정수도 논의에 애써 거리를 두며 부동산 역풍을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이미 행정수도 완성론은 지도부가 '함구령'을 내려야 할 정도로 폭발적 이슈가 됐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야당 내에서도 행정수도 완성 지지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고 말한 것도 야당이 논의 테이블에 앉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있어서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대표가 이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제대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제안되고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 사이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국회 차원의 행정수도 이전 특위 구성과 국민투표를 제안한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행정수도 이슈는 한국판 뉴딜 뿐 아니라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것"이라며 "이미 코로나19나 실업대책, 남북관계 문제 등 모든 것이 빨려들어갔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여당 입장에서는 부동산 등 여당에 불리한 이슈에서 여론의 관심을 이전시키는 데는 이로울 수 있다"면서 "다만 지금 시점에서 일자리와 경제회복, 부동산 대책 등을 세워야 하는데 이게 헝클어지며 초점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결국 개헌이 아니면 국민투표로 가야하는데 국론이 분열된다는 점은 여당에도 부담일 것"이라며 "특히 수도권 지지율이 떨어지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에 굉장히 마이너스다"라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개헌까지 번진다면, 권력구조 문제까지 다 넣어서 개헌을 하자고 할 수 있다"며 "이경우 대통령 중임제나 토지공개념 등의 개헌 내용을 두고 엄청난 여야 정쟁과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수도 논의는 불과 일주일만에 지역별 여론도 갈라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YTN의뢰, 24일 만18세 이상 성인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에 따르면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른바 '천도'를 통한 집값 안정화에 대한 충청권과 수도권의 여론은 사뭇 달랐다. 수도권 응답자 중에서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62.8%에 달했고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69.3%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세종시를 포함한 대전·충청·세종 권역의 응답자 중에서는 '공감한다'는 응답률이 51.0%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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