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서 법안 상정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2020.7.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국회 상임위원회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수적 열세로 인한 무력함을 절감하고 있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가져가자 협치의 관행이 깨진 국회에 협조할 수 없다며 18개 상임위원장 자리 전체와 국회부의장 자리를 모두 마다했다.


대신 실력으로 '정책투쟁' '대안야당'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예고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부동산 입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도 민주당의 독주를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재·국토·행안위 모두 '야당 패싱' 법안통과…실력행사 못해


28일 국회에서는 부동산 법안 관련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세 상임위 모두 인사청문회 일정을 제외하고는 통합당 의원들이 처음 참석하는 자리였지만 여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기재위에서는 7·10 부동산대책의 후속법안인 이른바 '부동산 3법'이 통과됐다. 국토위에서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공공주택특별법·주택법·민간임대특별법 등 개정안이, 행안위에서는 취득세 세율을 인상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기재위에서는 기립 방식으로 표결이 진행됐고, 국토위와 행안위에서는 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여당 단독으로 표결이 이뤄졌다.


이헌승 미래통합당 간사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상정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0.7.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법안은 통상 상임위 내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상임위 전체회의 표결 후 법사위와 본회의를 차례로 거쳐 처리되는데, 세 상임위 모두에서 소위원회 구성이 되기 전에 전체회의에서 표결부터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은 소위원회 구성에 여야 간 이견이 있어 부득이하게 법안 표결부터 진행했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당 의원들은 여당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위원회 심사를 건너뛴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상정된 법안이 제대로 된 검토 과정 없이 표결에 부쳐졌으며, 먼저 제출된 법안을 먼저 처리한다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의회민주주의는 오늘 사망했다"며 기재위, 행안위, 국토위 순서로 연달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발은 했지만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통합당 의원들이 항의 차원으로 회의장에서 퇴장했지만 위원수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여유 있게 법안을 통과시켰다.

◇통합당 "법적조치" 하겠다지만…의원총회에선 뾰족한 수 나올까

이 같은 무력함은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야당 패싱'으로 청문보고서 채택과 임명이 신속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두 사람이 왜 부적합한지를 청문회에서 집중 부각하며 파상공세에 나서겠다고 별렀지만 여당 의원들의 적극적 엄호,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난히 이뤄질 것을 인지한 후보자들의 당당한 방어에 속수무책이었다.

국정원 소관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이면 합의서'의 진위 여부가 밝혀질 때까지 박 후보자의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고 했지만 같은날 대통령은 박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열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출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학력위조 의혹과 대북관 등이 쟁점이 되고있다. 2020.7.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져도 통합당에 이를 견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작심하고 나설 경우 통합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차일피일 심사가 미뤄지는 등 통과가 난망해질 수도 있다.

기재위 통합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법안의 상세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별도의 첨부서류 없이 '백지위임'식으로 이뤄진 것이 법적 하자가 있고, 법적 조치를 분명히 취하겠다고 했다.

기재위 소속인 김태흠 통합당 의원은 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위해 선택한 '서면동의안 상정' 절차가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절차가 아니라, 법안이 누락된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라고 부연했다.

통합당은 29일 오전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임위 강행처리로 인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장외투쟁 같은 '구식 끝장투쟁'과는 결별을 선언한 통합당이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는 여론전 강화나 법적 대응 등의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장 0석'의 현실이 당초 각오보다 쓰라린 만큼, 민주당이 통합당 몫으로 제시했던 7개 상임위원회를 가져오자는 현실론 대신 "다 가져가라"며 명분을 택했던 전략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게 아니냐는 자성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통합당의 한 3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들의 총의로 결정된 것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다만 민주당의 전횡을 국민이 어떻게 보실지를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성토하고 규탄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없다"며 "만일 2년 동안 이런 모습이 계속될 경우 무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옳았을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형동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의사일정 강행 및 부동산법 밀어붙이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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