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이상훈만 무죄 왜…"압수수색 위법" 결정적
인사실, 1차 영장에 기재된 압수수색 장소 아니라고 판단
"범위 넘어 압수수색 허용하면 제한 없는 영장 허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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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공작에 관여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른 삼성 임직원들이 유죄가 인정돼 실형과 집행유예 형이 유지가 됐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전 의장만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의장이 무죄가 나온 결정적인 이유는 2심 재판부가 검찰이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하드디스크들을 위법수집 증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장, 1심서 징역1년6월→2심서 무죄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표현덕·김규동)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임직원들은 일부 무죄가 나와 형량이 다소 줄었지만, 유죄가 인정돼 실형과 집행유예형이 1심과 같이 유지가 됐다. 이 전 의장만 무죄로 풀려난 것이다.
1심에서 이 전 의장과 함께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강 부사장은 2심에서 혐의 일부가 무죄가 선고돼 형량이 2개월 줄었지만 실형은 유지됐다.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2심에서 2개월이 줄어 각각 징역 1년과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송모 삼성전자 자문위원은 1심과 같은 징역 1년,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 삼성 압수수색서 발견한 노조와해 문건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횡령사건 수사를 하던 중 삼성전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조와해 전략 문건이 발견되면서 소강상태였던 노조와해 사건이 급물살을 탔다.
2018년 2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조사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1차 압수수색)을 집행하려고 삼성전자에 찾아갔으나, 정문에서 가로막혀 30분 동안 진입하지 못했다.
1차 압수수색 영장에는 '수색·검증할 장소'가 '삼성전자 본사, 서초사옥, 우면사옥'으로 기재했다. 자세히는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중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그룹회계팀', '법무실', '전산서버실' 등의 기능을 하는 곳을 수색·검증으로 적었다.
압수수색 와중에 삼성전자 직원들이 채팅방에서 관련 상황을 모두 공유하고, 외장하드, 하드디스크, USB메모리 등 저장매체 7개를 지하주차장에 있는 인사팀 직원 심모씨의 차에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이 인사팀을 압수수색하던 중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 심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숨긴 저장매체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검찰은 1차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들을 분석한 결과, 해당 저장매체에서 삼성의 노조와해 혐의를 의심하게 하는 문건들을 발견했다. 이미 금속노조의 고발로 수사를 진행 중이던 검찰은 노조법 위반 혐의로 다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2차 압수수색)을 받았다.
◇1심 "압수수색 적법"→ 2심 "위법"
삼성 측은 해당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저장매체들이 위법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세부적인 문제점이 있지만 1,2차 압수수색 절차는 모두 절차적 위법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은 1차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 장소에 해당한다"며 "은닉 장소인 인사팀 직원 차량은 '관련 물건, 자료 또는 파일이 옮겨진 경우 그 장소'에 해당한다"며 적법한 압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압수물이 있던 삼성전자 본사 인사팀 사무실이나 압수물이 옮겨진 장소는 1차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인사팀 사무실은 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 장소인 '해외지역총괄사업부, 경영지원총괄사업부, 법무실, 전산관리실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서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본문에 기재된 부서들의 범위를 넘어 '1차 압수수색영장 기재 압수할 문건을 보관하고 있는 모든 부서와 위 물건이 이동된 모든 장소'로 해석하는 것은 수색·검증할 장소를 특정하도록 한 취지에도 반한다"며 "뿐만 아니라 사실상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수색·검증할 장소의 제한이 없는 영장을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된 저장매체들 안 문건들에서 CFO(경영지원실장)에게 보고한 문건들이 다수 들어있었다. 이 전 의장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주요 증거들이 위법수집 증거가 되면서 1심이 인정한 공모관계가 더이상 성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심 재판부도 해당 증거들이 위법수집 증거가 되지 않았다면 이 전 의장이 유죄로 인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고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됐다면 (원심 형량이) 유지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종적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지만, 피고인에게 공모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법원 관계자는 "적법절차와 영장 제시 제도의 입법 취지에 비춰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장소의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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