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제공=무신사

# 2001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온라인 동호회 사이트인 프리챌에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이 학생은 커뮤니티에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 한정판 운동화 사진을 게재했다. 패션과 신발을 좋아하는 회원은 여기에 열광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했다. 

# 이 커뮤니티는 현재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가 됐다. 한 달 방문자만 1200만명에 회원수 700만명, 연간 거래액은 9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국내 열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의류·패션 전문 이커머스업체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조만호 대표(38)가 만든 커뮤니티 무신사가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2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약 2조300억원)로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손을 잡기도 했다. 투자사와 유통업계의 각종 러브콜을 받고 있는 무신사,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무신사가 뭐길래… 미디어와 쇼핑의 결합


조 대표가 2001년 무신사를 만든 당시만 해도 국내외 최신 패션 트렌드와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 채널이 희귀했다. 이에 조 대표는 무신사에 신발 사진을 비롯해 패션 신상품 소식·할인 정보·스타일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며 회원을 끌어모았다. 

커뮤니티가 커지기 시작하자 무신사는 2003년 별도 사이트인 ‘무신사 닷컴’을 구축했다. 2005년부터는 전문 패션 에디터와 사진작가를 전격 영입해 온라인 패션 웹진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했다. 무신사가 차별화된 자체 룩북과 사진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계기다. 

2009년부터는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서비스를 열고 직접 옷과 신발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에 커머스 기능을 더한 셈. 이어 2012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그 다음해 연간 거래액은 100억원을 돌파, 본격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인기에 힘입어 무신사는 2015년 자체 브랜드(PB) 제품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론칭했고 이듬해에는 여성 전문 패션 스토어 ‘우신사’를 열었다.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패션 및 이커머스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고품질 베이직 패션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무신사는 현재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2018년 6월 서울 동대문에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를 열어 신진 디자이너와 패션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가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서울 홍대에는 오프라인 편집숍인 ‘무신사 테라스’를 선보여 고객을 맞이한다. 

최근에는 가장 뜨거운 시장인 리셀(re-sell·되팔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서비스 ‘솔드아웃’을 출시한 것. 무신사는 100% 정품 보장 검수 솔루션과 스니커즈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 편의성을 높였다.

무신사가 각종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만큼 성장세도 매섭다.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2197억원, 영업이익 4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3%, 영업이익은 83.2% 증가한 수치다. 지난 5년을 살펴보면 매출이 연평균 성장률이 45%에 달한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1020 패션 놀이터’ 무신사의 성장비결


무신사의 성장 비결로는 패션업계 트렌드를 선도하고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는 능력이 꼽힌다. 무신사는 미래 소비 권력인 10~20대의 ‘패션 놀이터’로 꼽힌다. 현재 무신사 회원 중 10~20대 고객 비율은 70%에 달한다. 이 중 만 18~24세, 즉 Z세대는 전체 회원의 절반(45%)을 차지한다. 

무신사는 젊은층이 관심을 갖는 스트리트 패션을 적극 유치했다. 실제로 10~20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비욘드클로젯 ▲오아이오아이 ▲키르시 등 패션 브랜드는 전부 무신사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해당 브랜드는 매달 수십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하는 브랜드로 커졌고 이 과정에서 무신사는 젊은 회원을 다수 보유하게 됐다.

무신사는 단순히 옷을 파는 채널이 아닌 ‘패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체 룩북과 스타일링 방법, 브랜드 스토리 등 각종 콘텐츠를 활용해 쇼핑으로 연결한다. 최근에는 ‘무신사 TV’라는 유튜브 채널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영향력 때문에 ‘무신사 랭킹이 곧 유행’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 무신사를 향한 기업의 러브콜도 쏟아진다. 스트리트 브랜드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뿐 아니라 폴로랄프로렌·리바이스·지프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무신사와 손을 잡고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각종 업계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와 손잡고 선보인 참이슬 백팩. /사진=무신사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무신사와 협업해 내놓은 ‘참이슬 백팩’을 완판시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달 무신사와 합자조합을 결성, 패션·뷰티뿐 아니라 양사 사업과 관련 있는 리테일·다중 채널 네트워크(MCN)·컨슈머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집중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특히 MZ세대에게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대기업도 무신사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무신사 입점 브랜드 수는 5000여개에 달한다. 

무신사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다. 무신사가 국내 생산업체와 제휴해 자체 공정으로 선보이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우수한 품질의 기본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여 인기다. 특히 지난해 7월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무신사 스탠다드가 ‘유니클로보다 싼 대체재’로 소비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은 630억원으로 전년대비 3.7배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늘었다. 

무신사는 올해 거래액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패션뿐 아니라 뷰티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콘텐츠 역량 확대 및 글로벌 진출에도 힘쓸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분야에 투자해 국내 대표 패션 미디어 채널로서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