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푸조 2008은 모든 면에서 진일보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달라졌다. 푸조의 소형SUV 2008은 디자인, 성능, 크기 등 모든 면에서 이전과 다르다. 구형은 어린 ‘아기사자’의 티를 벗지 못했다면 신형은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사냥감을 발견하더라도 허둥대지 않고 여유가 있다. 더 침착하고 우아해졌음에도 날카로움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 시승한 신형 2008은 2013년 글로벌 출시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 변경 모델(풀체인지)로 거듭난 차다. 2008은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120만대 이상 팔린 푸조의 베스트셀링카로 꼽히며 2018년 유럽 SUV 판매 1위 브랜드로 이끈 주역이다. 국내에서도 8000대 이상 팔렸다.

새롭게 태어난 2008의 핵심은 ▲더 커진 차체 ▲3D '아이-콕핏' 인테리어 적용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첨단 안전 및 편의장비 탑재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시한 내외부 디자인 등이다.


Point 1. 미니 3008로 불러다오



신형 2008은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덩치가 커졌고 최신 패밀리룩도 어색하지 않다. 상급 모델인 3008이나 5008과 꽤 닮았다. 사자의 강인함을 형상화한 시그니처 디자인 포인트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사자와 관련된 디자인 스토리는 푸조가 최근 들어 더욱 강조하는 부분이다. 두 세대 전 모델만 해도 ‘야수의 왕’ 사자가 아닌 그저 ‘고양이과 동물’에 가까웠다. 요즘엔 사자의 강인함에 ‘위트’를 섞는 시도를 이어가는 만큼 숨은 디자인 요소를 찾는 묘미가 있다.

앞모양은 사자가 송곳니를 드러낸 듯한 인상이다. 세단인 508은 큰 숫사자가 사냥 직전 잔뜩 웅크린 모습이지만 2008은 아기사자의 티를 갓 벗은 듯하다.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LED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됐지만 차 크기가 작고 높아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기 때문.
푸조의 자동차 디자인은 사자와 연관된 게 많다. /사진=박찬규 기자

뒷모양도 사자를 활용한 디자인 테마가 적용됐다. 좌우로 길게 뻗은 검정색 유광 패널에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빨간 세 줄의 풀LED 3D 리어램프가 탑재됐다.

옆모양은 삼각형 모양의 캐릭터 라인과 도어 하단 몰딩 장식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디자인은 기능적 면을 살린 것으로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지저분한 것들이 차체 위로 튀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휠하우스 주변의 무광 검정 패널은 차체 손상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


시승한 GT 라인은 루프와 필러(지붕과 하체를 잇는 기둥), 사이드미러 윗부분을 검정색으로 통일해 차체 색상과 대비되도록 했다.
한결 단정하면서 세련된 느낌의 옆모양. /사진=박찬규 기자

측면 디자인에서 구형과 달라진 점이 또 있다. 구형은 뒷좌석 위 지붕이 불쑥 솟아 있는 형태였다. 실내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기능적인 게 아니라 그저 외형을 키우려는 디자인적 요소였다. 하지만 신형은 이런 기교를 없애 지붕의 선이 매끄럽다.

실내공간도 최신 푸조차 답다.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최신 아이-콕핏이 적용돼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낌이 꽤 묘하다.

특히 ‘3D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는 다양한 주행 정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데 꽤 편하다. 운전자 시선에 따라 2D와 3D를 오가는 제네시스의 3D 클러스터와 다르다.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자체가 여러 겹으로 된 형태다. 푸조는 운전자가 이전보다 0.5초 빠르게 차의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운전대 위 아래를 깎아 둔 듯한 푸조 특유의 작은 더블 플랫 타입 스티어링 휠, 전투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센터페시아 토글 스위치는 아이-콕핏을 완성하는 필수 요소다.

GT라인에는 ▲8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 ▲터치 감응식 실내 LED 조명 ▲프레임리스 룸미러 ▲하프레더 시트가 추가된다.
직렬 4기통 1.5리터 BlueHDi 엔진과 EAT8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30.6kg.m. /사진=박찬규 기자

Point 2. 커지고 힘 세졌다



새로운 2008에는 PSA 그룹이 개발한 차세대 공용화 플랫폼인 CMP(Common Modular Platform)을, 전기차 버전에는 e-CMP를 적용했다. 이는 PSA그룹의 ‘파워 오브 초이스’ 전략에 따른 것이다.

차체 크기는 더욱 커졌다. 길이x너비x높이는 4300x1770x1550mm로 구형보다 140mm 길고 30mm 넓고 5mm 낮아졌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2605mm로 구형 2540mm보다 넉넉해졌다.

이처럼 커진 차체가 적용됐음에도 힘이 그만큼 좋아져서 주행성능은 오히려 나아졌다. 시승한 디젤 버전은 직렬 4기통 1.5리터 BlueHDi 엔진과 EAT8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30.6kg.m로 1345kg(공차중량)의 무게를 이끌기엔 충분하다.

가속감은 기대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소형SUV는 효율을 우선하다 보니 힘이 약하고 굼뜬 경우가 많지만 꽤 빠릿빠릿하다. 특히 8단 자동변속기는 쉴 새가 없다. 시속 100km를 넘길 때쯤 8단기어가 들어간다. 기존 6단을 잘게 쪼갠 느낌이다.

핸들링은 프랑스차다운 ‘쫄깃함’이 있다. 작고 가볍고 튼튼한 차체에 탄탄한 하체 세팅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유의 부드러움 속에서 날카로움을 드러낸다. 차를 다루기가 쉽다는 얘기다. 좁은 골목과 울퉁불퉁한 옛 길이 많은 프랑스 도로를 떠올리면 이 같은 느낌이 충분히 이해된다. 프랑스차가 핸들링으로 호평받는 배경이다.
프랑스차 특유의 '쫄깃한' 핸들링은 그대로다. 실내는 과감한 디자인이 지루함을 없앤다. /사진=박찬규 기자

동급 최고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만족스럽다.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스스로 운전대를 돌려주는 LKA ▲충돌 위험이 있을 때 경고하거나 스스로 제동해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도로의 속도 표지판을 인식하는 제한 속도 인식 및 권장 속도 표시 ▲시속 65km 이상으로 2시간 연속 운전하면 휴식을 권장하는 운전자 주의 경고 기능 ▲후방 카메라와 후방 파킹 센서가 기본 적용된다.

GT 라인은 자율 주행 2단계 수준의 주행이 가능하다. 원하는 속도로 앞 차와 거리조절은 물론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 앤 고’는 물론 차로 가운데를 유지하도록 돕는 차로 중앙 유지(LPA)기능도 탑재됐다. 마주오는 차의 접근 거리 등 주행 환경을 분석해 자동으로 헤드라이트를 조절하는 오토 하이빔 어시스트와 안전한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시스템도 들어있다.
2열 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넉넉한 적재공간이 생긴다. /사진=박찬규 기자

Point 3. 경제성은 기본



새로운 2008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7.1km며 도심 15.7km, 고속 19.0km다.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면서도 기존 모델보다 최고출력이 10마력 상승했음에도 연료효율성은 약 13% 향상됐다.

연료탱크 용량은 41리터다. 기름을 가득 넣었을 때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기준 701km다. 고속 기준으로는 779km다. 하지만 푸조-시트로엥 차종은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월등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뉴 푸조 2008 SUV는 알뤼르(Allure)와 GT 라인(GT Line)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은 알뤼르 3248만원, GT 라인이 3545만원이다.
새로운 2008은 ‘암팡지다’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Point 4. 암팡진 2008



새로운 2008은 ‘암팡지다’는 말로 정의할 수 있다. 몸은 작아도 힘차고 다부지다는 의미다. 한국시장에 처음 출시됐을 당시의 2008과는 천지차이다. 당시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완전히 잊는 게 좋겠다. 당시엔 그저 귀여운 아기사자에 불과했지만 어느덧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뼈대는 더 단단해졌고 심장은 한층 강력해졌다. 푸조차 고유의 스타일과 핸들링에 탁월한 경제성이 이 차의 핵심이다.

물론 이런 매력은 어디까지나 2008이라는 틀 안에서다. 뒷좌석에 누군가를 태우면서도 트렁크에 많은 짐을 실어야 한다면 더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3008과 5008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