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본회의에 '윤희숙'은 없다…통합당 '야당 패싱' 우려
여대야소 국면에서 불리함 가중…본회의 자유발언 무대도 제한
'기울어진 국회의장' 불만도 누적 "법안까지 만들어와…사례도 편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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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미래통합당이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박 의장으로부터 '본회의 화상 표결'에 관한 제안을 받았는데, 이 경우 '야당 패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장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화상으로 표결에 참여할 경우 이미 압도적 여대야소인 상황에서 여당의 표 동원력이 더욱 수월해질 수 있고, 반대토론과 자유발언 등을 통한 야당의 견제 역할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금의 통합당에게는 불리한 환경이다.
통합당은 이를 경계하는 한편 박 의장이 야당에게 불리한 내용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의장으로서 지켜야 할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통합당 "헌법상 출석개념에 저촉…여당 독주에 고속도로 까는 것"
박 의장은 1일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의 의제로 비대면 회의를 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표결을 시행하고 있는 해외 사례도 함께 제시됐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 제안에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면서 회동에 불참하겠다고 알렸다.
통합당은 화상 표결에 헌법과 저촉되는 부분이 있고, 현재와 같은 여대야소 상황에서 민주당의 '속전속결'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는 본회의장에 직접 출석하지 않으면 표를 행사할 수 없는데, 화상 투표를 허용하면 176석의 표 동원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원내에서 국회를 무대로 싸우겠다'는 통합당의 전략도 빛이 바래게 된다. 지난 7월30일 본회의에서 나왔던 '윤희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부동산 3법' 표결을 앞두고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이 발언은 차분한 논리를 갖춘 발언이라는 호평과 함께 통합당의 이미지 변화를 견인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통합당으로서는 국회 발언 하나하나가 놓치기 아쉬운 기회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상 '출석의원 과반수'인데 '출석'은 회의장에 출석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국회법의) 상위법인 헌법의 출석 개념을 무시하면서 하위법에 화상으로 표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데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것밖에 안되는 것"이라며 "(박 의장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던져서 굉장히 분개했다"고 규탄했다.
◇"의장이 중립 개념 무시…여당 편 들고 자기 역할 드러내"
통합당은 박 의장이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야당에 불리한 내용을 국회의장이 앞장서서 제안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앞서 국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도 법제사법위원장 문제를 둘러싸고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박 의장이 '신속한 협상 완료'를 주문하거나 통합당 의원들을 각 상임위에 임의로 배정했다는 점 때문에 박 의장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지난번부터 국회의장이 자꾸 자기 역할을 드러내려고 한다"며 "중립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여당의 편을 들고, 공정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어제(1일)는 오전 11시쯤 비대면 회의를 하는 국회법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던지고 오후 2시에 보자고 한 것"이라며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하면 그에 따라서 중립적으로 운영만 하면 되는데 역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너무 '오버'하고, 헌법이나 중립의 개념을 무시하고 있다고 해서 불참을 통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일 국회 개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자기는 금시초문인데 무슨 일이냐'면서, 의원총회 정도를 하는 영상 시스템 구축이지 상임위원회나 이런 건 문제제기가 있어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다른 나라 사례도 편향되게 자료가 왔다"며 "미국 같은 경우는 한시적으로 하원에서만 허용한 것인데 '10표까지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쓰여 있고, 영국도 상·하원에서 대리투표가 가능하다고 돼 있었지만 우리와 실정이 다른데 이를 하고 싶어하는 논리만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야당과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미 완성된 법안 형태로 제시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을 이미 만들어서 가지고 왔고, 성안을 이미 한 상태에서 신구조문대비표까지 제시됐다"며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도 "법안 초안까지 붙여서 (제안) 해놓은 것"이라며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서 화를 냈다"고 말했다.
◇재난상황에서 '원격 국회' 도입 필요성…근시일 합의는 어려울 듯
현행 국회법은 표결 안건을 의장석에서 선포하고, 의원은 회의장에서 표결에 참여한다고 정하고 있다. 장소를 정해놓은 건 회의장을 임의로 옮기며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던 과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대응 단계가 격상되거나 기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회가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회 활동 참여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의원이 비대면으로 표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영국 의회는 지난 4월 하원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해서 의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토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했다. 미국 하원은 국회의원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자가격리에 들어갈 경우 제한적으로 대리투표를 할 수 있게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통합당이 내용과 방식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원격 국회' 시스템을 확정·도입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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