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과 의협 간 합의안에는 의료계에서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걸어 온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20.9.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6일 집단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이어져 온 갈등이 봉합됐다.

앞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박지현 비대위원장 불신임 안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 참석 대의원 197명 중 찬성 71명, 반대 126명으로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자는 박 위원장 의견에 힘을 실었다.


당·정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정책협약에도 내부 합의에 실패해 집단 행동을 유지하던 대전협이지만 '의협의 합의 내용에 따라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하되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을 감시하자'는 박 위원장의 입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로써 지난달부터 시작된 의료계의 집단휴진 사태는 한 달 만에 일단락됐다.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시작된 건 지난달 7일이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에 반발하며 대전협이 1차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이에 정부가 의료계와 협상에 나섰지만 공공의료 확충 정책의 전면 철회 여부를 놓고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심화됐고, 정부도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맞대응 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의 물꼬를 튼 건 이낙연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들어서면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이 중재 역할을 해달라는 의료계의 입장을 수용했고,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취임하자마자 최대집 의협 회장과 직접 회동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한 의장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안에 대해 "완전하게 제로(원점)의 상태에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당·정과 의료계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공공의료 확충 정책의 관철보다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민주당과 의협은 밤샘 협상 끝에 지난 4일 5개항으로 이뤄진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각각 서명했다. 5개항 중에는 전공의 측 요구를 받아들여 '전공의특별법 등 관련 법안 제·개정 등을 통해 전공의 수련 환경 및 전임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합의문을 놓고 '백기투항'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 지도부는 공공의료 확충 정책의 재논의에 합의한 것일 뿐 정책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의장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지키게 하는 것도 정부 역할"이라며 "아픈 사람들은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 절박함도 정부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환자에게 백기투항했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절회하거나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만 당·정이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어떻게 재추진할 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정책 추진과정에서 의료계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여야 협의체를 꾸려 공공의료 확충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원점에서 의대 정원 및 공공의대 신설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데다 의료계는 물론 야당과의 합의도 끌어내야 해 정책 시행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애초 정부는 오는 2022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하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의료계와 야당의 반대로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당 지도부도 지지층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호남권에서 공공의대 신설 요구가 많아 정책 추진에 속도가 나지 않거나 축소될 경우 호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도 예상된다.

취임 일주일 만에 의료계와의 갈등을 봉합한 이낙연 대표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한 이후 공공의료 확충 정책과 관련한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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