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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김근욱 기자 = "그동안 테레비만 봤지, 뭐 바느질을 해, 뭐해. 트로트하는 사랑의콜센터 그거만 봤지. 몇 달동안 눈이 빠지도록 보니까 진저리가 나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A경로당의 곽순자씨(가명·87)는 푸념하듯이 말했다. 이 경로당은 8개월 가까이 운영하지 않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에 따라 전날인 15일부터 다시 개관했다.
5평 남짓한 경로당에는 할머니 4명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두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역수칙은 철저히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대한노인회에서는 경로당들을 대상으로 방역수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육을 받은 경로당 총무 김순님씨(가명·88)는 기자에게 "열 재고 명부 하나 적어주이소"라며 비접촉식 체온계와 출입명부를 내밀었다. 명부에는 경로당 회원 할머니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김씨는 "코로나 손 씻기랑 마스크는 하도 떠들어대는데 기본 아니냐"며 "우리는 손잡이 소독 담당도 두고 있는데 그 사람은 방금 집에 갔다"고 말했다.
A경로당의 20명 남짓한 회원들은 77~94세의 할머니들이다. 대부분 독거노인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전에는 경로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하지만 이제는 감염 예방을 위해 각자 집에서 식사를 하고 모인다.
할머니들은 경로당을 운영하지 않는 동안 외롭고 심심한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곽씨는 "누가 시어머니랑 같이 살겠냐"며 "코로나 때문에 그나마 애들 드나들던 것도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증손녀가 태어났는데 돌이 지나도록 못봤다. 아들네 회사에서도 어디 가지 못 가고 집에만 있으라고 한다나"라며 "전화통만 불났지, 뭐"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하향조정 되면서 서울의 경로당과 노인복지관도 14일부터 재개관이 가능해졌다.
현재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운영을 재개한 서울시 내 지자체는 강동구와 마포구, 동대문구, 중랑구 단 4곳뿐이다. 이들 지자체 안에서도 희망 시설에 한해 시간과 요일을 정해 제한 운영을 시작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일부 경로당과 복지관에 대해 오후 1~5시에만 운영하는 제한적 개관했다"며 "인원이 많은 경우 나눠서 경로당에 나오게끔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방역업체를 통해 경로당에 방역을 해드리고 있으며 손 소독제와 마스크, 공간소독용 소독약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 8월에는 대한노인회에서 방역수칙 등을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자체들은 다음 주 중 경로당과 복지관을 재개관할 방침이거나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곳들도 있다. 시설에 대한 사전점검이 끝나지 않았거나 아직은 코로나19 추이를 보기 위해서다.
코로나19로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방문판매업체와 체험관 등이 성행하기도 했다. 방문판매업체와 체험관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날 강동구의 B경로당에서도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B경로당에는 할머니 8명이 약 23~26㎡(7~8평) 정도 되는 방에 거리 두기를 하고 마스크를 모두 착용한 채 앉아 있었다.
B경로당은 80~95세 할머니 회원 20명이 다니는 곳이다. B경로당의 할머니 한복자씨(가명·85)는 "7개월 동안 경로당에 못 왔다"며 "그동안 집에만 있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집에 있으면서 주로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한씨는 "집에서 뭐 하긴, 잠자고 텔레비전 보고 그랬지"라며 "옆집에서 오라고 해도 못 갔다. 가끔 산에만 갔다"고 답했다.
할머니들은 평소에도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고 전했다. 이순옥씨(가명·88)는 "요만한 애도 다 쓰고, 유모차 앉은 애도 마스크 용케 잘 쓰고 하는데 어른들이 마스크 안 쓰고 싸우고 한다"며 혀를 찼다.
김말자씨(가명·83)는 경로당 재개관 달라진 점에 대해 "옛날에는 경로당에서 밥을 해 먹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밥 먹고 와야 되고 얼굴을 맞댈 수가 없어 경로당에서 고스톱도 못 친다"고 푸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질까 봐) 걱정된다"며 "(사람들을) 풀어놔서 시내는 젊은 애들 클럽 가고 난리 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노인 복지관도 노인 대상 무료 점심 급식만 재개하며 제한적으로 개관한 상태다. 복지관들은 노인 대상 프로그램도 10명 이하의 비활동성 프로그램으로 준비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노인복지관 관계자는 "거리 두기를 위해서 급식을 두 타임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한 타임 끝날 때 마다 방역하고 자리를 바꿔 앉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D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뉴스에서 복지관 연다고 하니까 문의 전화가 굉장히 늘었다"며 "많이 답답해하시면서 프로그램 문의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는 수채화, 캘리그라피, 스마트폰·키오스크 정보화 교육처럼 앉아서 하실 수 있고 10명 이내로 열 수 있는 소규모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로당 재개장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경로당을 완전히 닫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부에서 상주 직원을 지원해 노인정을 관리해야 한다"며 "노인들이 방문판매장으로 빠지는 것보다는 관리가 되는 장소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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