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 나영희씨(49)는 내년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용돈 기입장을 쓰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아들은 학업과 바쁜 일상에 지쳐 매번 자신이 용돈을 쓴 곳과 금액을 정확히 기억해 매일 작성하는 것이 어려웠다. 나씨도 아들에게 용돈기입장 작성을 강조하다 이내 포기했다. 그러던 중 나씨는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들어간 청소년 전용 체크카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들에게 용돈을 현금으로 주기보다 체크카드로 아들의 소비를 확인하는 방법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사이에선 ‘엄카’(엄마카드)를 쓰는 게 일상이 됐다.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이 남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동전을 들고 다니기가 불편한 데다 부모 또한 자녀에게 일일이 현금을 챙겨주는 일도 번거로워서다. 하지만 엄카를 자녀들이 쓰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5조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성인은 이를 양도·양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엄카를 쓰는 자녀는 대중교통을 탈 때 청소년용 요금을 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올 4월27일부터 만 12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들도 후불교통카드 발급을 가능케 했다. 그동안 대중교통 이용이 많은 만 18세 미만 중·고등학생은 후불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대중교통 이용 시 매번 금액을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청소년 고객을 미리 확보하면 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처음 이용한 카드사를 계속 이용하는 ‘락인(Lock In)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카드사는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담은 청소년 전용 체크카드를 잇따라 출시하며 가입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드사가 내놓은 청소년 전용 체크카드의 할인과 적립 등 서비스는 가지각색이다. 특히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담긴 체크카드는 국내 모든 카드사와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겸영은행을 포함해 1인당 1장만 발급 가능한 만큼 청소년은 자신의 용돈 소비를 파악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용돈이 적다면 신한카드

후불교통카드를 담은 청소년 전용 카드를 살펴보면 대부분 전월 실적을 10만원 이상 충족해야 한다. 이는 일반 체크카드보다 전월 실적 조건이 낮은 편이지만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각종 혜택은 무용지물이다. 신한카드와 국민카드의 청소년 전용 카드 전월 실적 기준은 10만원 이하로 형성돼 있다.


용돈을 적게 쓰는 청소년이라면 신한카드의 ‘틴즈플러스 포니 체크’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 카드는 직전 3개월 동안 누적으로 10만원 이상 사용하면 한 달에 한 번 CGV 2000원을 할인해주고 롯데월드·서울랜드 자유이용권도 일년에 세번 50% 할인해준다. 한 달에 약 3만3400원만 사용해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용실적에는 후불교통 이용액도 포함돼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해도 할인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KFC ▲버거킹에서 5000원 이상 결제 시 이용액의 5%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한도는 월 최대 5000원까지다.

국민카드가 올 9월 출시한 ‘쏘영 체크카드’도 주목해볼 만하다. 이 카드는 전월에 5만원 이상만 쓰면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6개 영역에서 할인 해준다. ▲스트리밍 서비스(멜론·유튜브 프리미엄) ▲문구점 ▲스터디카페·독서실 ▲편의점(GS25·CU) ▲패스트푸드점 ▲대중교통(버스·지하철) 이용 시 각 영역별로 월 최대 1000원까지 결제액의 5%를 할인한다.


국민카드는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샘바이펜’(SAM BY PEN)과 손잡고 쏘영 체크카드에 ‘그래피티 아트’ 디자인을 담기도 했다.

멤버십 서비스는 우리카드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크림틴즈 체크’와 하나카드의 ‘리틀프렌즈 틴에이저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을 10만원 이상 채워야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캐시백 한도는 두 카드사 모두 월 5000원이다.

체크카드 사용과 동시에 멤버십 서비스를 자동으로 받고 싶은 청소년은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크림틴즈 체크’를 살펴볼 만하다.

이 카드는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과 올리브영·서점·베이커리·패스트푸드점에서 건당 1만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캐시백 해준다. 버스·지하철을 합산해 2만원 이상 이용하면 2000원의 캐시백도 제공된다. 특히 4만8000개의 OK캐시백 포인트 가맹점과 CJ 원(one) 포인트 가맹점에서 카드를 쓰면 포인트 적립과 사용 모두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하나카드의 ‘리틀프렌즈 틴에이저 체크카드’도 편의점·서점·베이커리 업종에서 1만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청소년 전용 카드는 사용액이 적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다만 카드사가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는 것은 미래 잠재고객을 발 빠르게 확보한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