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낳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3명. 올해 과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 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소비 트렌드 확대로 택배 업계는 꽃을 피웠다. 하지만 그 사이 택배 노동자들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인한 물량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택배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노동자를 한계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다. 택배 산업을 둘러싼 문제와 대안, 한계를 짚어봤다. 

배송비 3000원인데… 택배기사 손엔 500원



택배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택배노동자를 한계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

◆본사·대리점·기사 수익구조 어떻길래

택배는 총 6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배송된다. 판매자→택배기사→서브터미널→허브터미널→서브터미널→택배기사→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서브터미널은 지역별 물류창고, 허브터미널은 물량이 집결되는 대형 물류창고에 해당된다.

이 단계를 거쳐 1건의 배송을 수행하면 고작 800~850원이 택배기사 몫으로 떨어진다. 중량과 부피에 따라 비용이 올라가긴 하지만 사실상 손에 쥐는 금액은 이보다 적다. 본사와 택배기사 사이에 있는 대리점에서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


택배기사는 각 지역에 있는 택배사 대리점과 위탁 계약을 맺는다. 본사→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다. 택배기사와 대리점 즉 개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의 계약이기 때문에 수수료율도 제각각이다. 수익에서 10~15% 또는 최대 30%를 수수료로 걷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택배기사 손에 최종적으로 남는 금액은 535원 수준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그렇다면 고객이 지불하는 2500~3000원의 배송비는 어디로 가는 걸까. 1차적으론 판매자의 주머니로 돌아간다. 주문 물량을 따내려는 택배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배송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이커머스업체와 택배사가 계약하는 평균 단가는 1730원이다. 소비자로부터 2500원을 받는 이커머스업체가 택배 계약 과정에서 오히려 770원을 백마진으로 챙기는 것이다.

택배 단가 1730원에서 기사 몫은 800~850원. 택배기사들은 여기서 부가세 10%를 내고 남은 720~765원 정도의 수입을 다시 대리점에 나눈다. 최대 30%의 수수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최종적으로 남는 금액은 535원 수준이다. 기사 몫을 제외한 나머지 880~930원은 임차료와 터미널 운영비를 비롯해 허브터미널과 서브터미널 간 차량 운송비 등으로 사용된다. 이런 비용을 제외한 본사의 순수익은 70원 수준이다.

개인 사업자인 택배 기사는 ▲차량 구매 비용(1톤 탑차 기준 연평균 감가상각 330만원) ▲차량 유지비 ▲물품사고(파손·분실)로 인한 지출 ▲경비(운송장·테이프·식대 등) ▲상·하차 비용(롯데택배 한정) 등도 본인이 부담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택배기사 몫의 배송 수수료는 감소 추세다. 롯데택배 노조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기준 배송 수수료는 ▲2017년 968원 ▲2018년 935원 ▲2019년 880원 ▲2020년 825원으로 줄었다.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 올해 배송 수수료가 900원에서 800원으로 깎였다.


김세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교육국장은 “택배기사도 일을 적당히 하고 끝내고 싶지만 수수료가 삭감되는 상황에서 물건 하나라도 더 배송해야 돈을 벌 수 있어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로사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불합리한 관행 여전한데… 대책 통할까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부회장)가 택배노동자 사망 관련 사과문 발표를 하던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열악한 근무 환경도 택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까대기’라고 불리는 분류 작업이다. 이는 서브터미널에 도착한 물량을 담당 구역별로 골라내는 작업으로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을 야기한다.

노조 측에 따르면 통상 분류 작업에는 일일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보수는 따로 없다. 오전을 ‘공짜 노동’하는 데 쓰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배송에 나서다 보니 하루 15~16시간 근무도 불가피하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업계는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CJ대한통운은 기존 1000명에 3000명을 추가로, 롯데와 한진은 각각 1000명씩을 두겠다고 밝혔다.


앞서 업계는 지난 9월에도 추석 연휴 기간 분류작업 인력 2067명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400명이 안 되는 인력이 현장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찍히는 이유다.

대리점의 갑질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택배기사에게 보증금과 권리금을 받는가 하면 후임자를 구하지 못하고 퇴사할 경우 추가 비용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월20일 세상을 등진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소속 택배기사 김모씨도 대리점에 권리금 300만원과 보증금 500만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유서에는 “이런 구역은 소장(택배기사)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도 (대리점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만들어 팔았다. 심지어 집하거래처 이사로 (택배기사) 수익이 줄고 있음에도 자기들(대리점) 이익만 신경쓰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본사 측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택배기사 수익은 배송 수수료뿐 아니라 판매자에게서 상품을 수거하는 비용인 집화 수수료에서도 나오며 오히려 이 비중이 더 크다는 것.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집화 수수료는 건당 330원으로 오롯이 택배기사의 몫이다. 특히 한 판매자에게서 여러 배송 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다수 거래처를 확보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전체 배송 물량의 70%는 택배기사 개인이 판매자와 계약하는 물량이다.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영업하는 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며 “회사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에 비해 대리점 기사 수익이 1.5배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email protected] 
정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택배사업 진출하는 쿠팡… 택배사와 뭐가 다를까



택배 노동자의 처우 문제가 대두되면서 쿠팡이 대안모델로 떠올랐다. /사진=뉴스1

택배 노동자의 처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쿠팡이 대안 모델로 떠올랐다. 쿠팡 역시 택배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산 상황. 하지만 쿠팡은 ‘로켓배송’을 필두로 국내 신속 배송 경쟁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쿠팡이 택배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직영’ 쿠팡 vs ‘지입’ 택배사 비교해보니

택배업계와 쿠팡은 고용 체계가 전혀 다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택배업계와 쿠팡은 고용 체계가 전혀 다르다. 택배사는 배송업무를 위탁하는 지입제를 실시하고 있다. 택배사가 지역별 대리점에 물량을 위탁하고 대리점은 기사에게 재위탁하는 형태다. 이와 달리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친’(구 쿠팡맨)을 직접 고용한다.

택배 노동자의 처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법적 테두리 밖에 있다.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주 5일·주 52시간 근무와 산재보험 가입 등 안전보장 장치에서 벗어나 있다.

시민단체 ‘일과건강’의 실태 조사 결과 택배기사는 주 평균 71.3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물류창고에서 자신의 물량을 골라내는 분류 작업을 과로 원인으로 지목한다. 별도 보수가 없는 이 작업에 전체 업무의 43%를 할애하고 있어서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산재 사망이 늘고 있지만 보상받을 길은 열려있지 않다. 특수형태근로자는 보험료 절반을 본인이 부담하는 탓에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택배사가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유도 혹은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8일 배송 중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고 김원종씨(48)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는 대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에서 검토한 결과 김씨가 제출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대행사인 회계법인이 대필했다는 것. 공단은 이를 취소 처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달리 쿠팡은 쿠친 전원을 직고용한다. 주 5일 근무는 물론 주 50시간 미만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택배기사들처럼 물류센터에서 공짜노동을 하는 일도 없다. 배송과 분류 작업이 구분돼 있기 때문. 현재 쿠팡에선 4400여명의 분류 전담 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들을 따로 채용함으로써 연간 100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쿠친은 산재를 포함한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차량과 차량유지비 및 통신비 등을 지원하고 15일 이상의 연차 휴가와 휴게 시간을 보장한다는 점도 택배업계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직원이 본연의 업무인 배송만 전담하도록 별도의 인력을 채용해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배송 관련 직원의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년간 4850억원의 자동화 설비 투자도 시행했다”고 전했다.

◆택배업 도전장 내민 쿠팡… 과로사 문제 해답 찾을까

롯데택배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반면 쿠팡은 택배사업에 진출할 경우 불합리한 근로조건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택배업계도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사진=뉴스1 DB

다만 쿠팡 역시 과로사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지난 10월12일 세상을 떠난 쿠팡 대구 칠곡 물류센터 단기직 사원 장덕준씨의 사망 원인으로 과로가 지목돼서다. 유족 측은 장씨가 생전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주당 55.8시간씩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쿠팡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고인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44시간이며 가장 많이 근무했을 때 근무시간이 주 52.5시간이었다”며 “고인에게도 지난달에만 20회 이상 상시직을 제안했지만 본인이 모두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선 쿠팡과 택배사를 직접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직영제과 지입제의 체제가 확연히 다르고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지입제의 경우 택배기사가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거래처(판매자) 영업을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기사 2만1000명 중 정규직 1000명의 수입은 월 400만원이지만 비정규직은 6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정규직 기사 중에서도 배송 구역에 공석 발생 시 자리를 옮기려는 경우가 많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쿠팡과 택배사는 체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없다”며 “택배기사 입장에선 지입제가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직고용 전환이 해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쿠팡이 최근 택배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자 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지난 10월14일 국토교통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이 자격을 반납한 지 1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택배 사업자 자격을 얻어 본격적으로 택배업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7월부터 판매자의 상품을 대신 보관하고 배송해주는 ‘로켓제휴’를 통해 유상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택배업을 본격화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처우를 유지할 거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팡은 “CLS는 타 택배사와는 달리 직고용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쿠팡과 마찬가지로 급여 및 성과급, 4대 보험,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적용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경은 기자 [email protected] 

"산재보험 전원 가입"… 알고 보니 택배기사 '등골 브레이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거래시장 확대로 택배 업계는 연일 고공 행진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 택배기사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기준 택배기사는 약 3만여명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는 전국에 약 5만여명의 택배기사가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 등의 배송기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난다.

이처럼 택배기사 수는 증가했지만 이들을 위한 제도는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13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덩치가 커진 택배사와 달리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택배 업계. 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3대 택배사 "전원 산재 가입"… 대책 뜯어보니

연이은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국내 3대 택배사는 최근 대책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8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원종씨(48·남)가 배송 작업 중 가슴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후 김씨가 생전 산업재해(이하 산재) 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해 산재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대리점 측이 대필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며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산재를 둘러싼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산재보험은 산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의무보험이다.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소정의 보험료를 징수하고 그 기금으로 근로자에게 보상한다.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며 선택적으로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에 국내 3대 택배사는 대책을 내놨다. CJ대한통운은 전원 산재 가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시기는 미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021년부터 대리점 계약 시 소속 택배기사에 100% 산재보험 가입 계약 조건을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한진은 오는 2021년 상반기까지 전원 산재보험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본사가 실질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산재보험은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각각 50%씩 지불하기 때문.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부담을 안게 된다"며 "본사에서 비용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영업자인 택배기사는 차량 구입부터 유지비용, 물품사고비용, 각종 소모품 구입비용, 휴대폰 비용 등을 스스로 감당하는데 산재보험까지 부담하기 어렵다.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20일 사망한 경남 창원 진해구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택배기사 김모씨는 유서를 통해 "우리(택배기사)는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구매에, 전용 번호판까지…(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택배 업계는 본사 측의 산재보험료 지출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택배기사가 계약 관계인 것이 아니다"며 "본사 부담에 있어서는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발방지 대책 없을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고는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운전원,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대리기사 등이다.

이들과 계약한 사업주는 노무를 제공받는 날을 기준으로 다음달 15일까지 입직신고를 해야 한다. 입직신고는 산재보험 신고를 뜻한다. 입직신고를 하면 산재보험에 자동 가입된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산재보험료 지불을 부담스러워한다. 시민단체 일과건강이 지난해 5월 특고 767명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작성 경험을 조사한 결과 445명(58.0%)이 '작성한 적 없다'고 답했다.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을 직접 요청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택배기사의 사업주 즉, 대리점과의 관계에서 택배기사는 을이기 때문에 대부분 입직신고 신청을 요구하지 않는다. 산재보험법에 따라 특고 노동자가 입직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는 1건당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택배기사 연이은 사망에 과태료 처분을 벌금으로 강화해 입직신고를 누락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이를 주목했다.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국회는 2013년부터 산재보험 의무화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몇차례 무산됐다.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하지만 최근 연이어 택배기사 사망과 이들의 업무 환경 등이 논란을 빚으면서 정치권은 강경하게 업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은미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기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택배사가 특고 산재보험 등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산재의 위험으로부터 택배기사가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택배기사의 권리이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7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련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의 계약기간을 6년 이상으로 상향해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10월 한 달간 대한민국에서 택배 업계 현실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드러났다. 민들은 이미 노동자들의 사망이 예견돼 왔지만 관심이 없었기에 대처가 늦은 것이라며 탄식했다.

지난달 22일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 지원 방안 발표 자리에서 '과거에도 택배기사 사망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했을 텐데 그동안 정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한 번도 없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정소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