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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쪼갠 상장사 26곳… 90%가 물적분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기업 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총 26곳이다. 9월에만 ▲두산(모트롤BG) ▲대림산업(건설/석유화학) ▲KCC(실리콘) ▲삼기오토모티브(전기차용 배터리) ▲화승알앤에이(자동차부품 제조) 등 총 8곳 상장사가 분할을 결정했고 지난달엔 SK텔레콤(모빌리티)과 디앤씨미디어(웹툰)가 사업 분할을 발표했다. 상반기엔 CJ ENM이 콘텐츠 제작·유통사업을 떼냈고 대한해운은 LNG 운송사업을 물적분할했다.
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인적분할(건설)과 물적분할(석유화학)을 동시에 진행하는 대림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물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이들이 떼내는 사업은 대부분 해당 기업의 주요사업부문이거나 미래 성장성이 높은 캐시카우로 꼽힌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경영 효율성 제고 ▲재무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물적분할 목적으로 꼽았다.
지배주주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물적분할이 유리하다. 존속법인이 분할한 신설법인 지분 100%를 소유하기 때문에 분할 비율대로 신주를 배정받는 인적분할과 차이가 크다. 물적분할을 통해 신규 투자자 유치나 추후 기업공개(IPO) 등 자금조달이 유리하고 대외적인 주요 의사결정 역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따상상상’ 대박 기회 놓친 주주… 가치훼손 우려도
일반주주들은 인적분할을 선호한다. 분할 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모두 상장된다면 동일한 지분을 보유할 수 있어서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을 두고 일반주주의 반발이 거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화학 주주는 인적분할 후 LG에너지솔루션이 재상장 됐을 경우 예상되는 SK바이오팜과 같은 ‘따상상상’의 대박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일반주주는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 매각과 합병 등의 결정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에도 노출돼 있다. 지배주주는 신설법인을 놓고 유상증자를 할지 구주 매각을 할지 매각 상대·시점·가격·물량·조건 등을 모두 정할 수 있다. 매각 이익 사용 여부·시기·방법 역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 일종의 ‘물적분할 프리미엄’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IB업계 한 관계자는 “알짜사업부가 있는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른 뒤 물적분할을 하면 지배주주가 소액주주로부터 돈을 빼앗아오는 효과가 생긴다”며 “신설법인은 존속법인의 단독 관할로 이관되고 이는 사실상 지배주주의 단독 관할을 뜻하기 때문에 자회사 지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주식 상승분을 지배주주가 사유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물적분할 활발… 주주이익 보호의무 선행돼야
물적분할을 놓고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는 가운데 앞으로 기업의 물적분할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 분할 공시를 하는 회사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올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과 그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경제 기초 여건 약화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물적분할에 앞서 주주와 협의점을 찾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제의 본질이 물적분할이 아닌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 상충이란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인정되지 않다 보니 일련의 거래가 제한 없이 허용되고 일반주주 가치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업이 분할 방식과 사업계획 등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일침도 나온다. 과연 분할이 누구를 위한 이익인지 또 그에 따른 반대급부는 어떻게 제공되는지 등 충분한 설득과 보상을 통해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기업의 일방적인 물적분할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배주주견제를 해결책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나 비지배주주 과반 찬성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며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포함(상법382조3항)이라는 상법에 주주에 끼친 손해도 포함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대안책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제안했다. 안 본부장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하면 물적분할의 명분은 유효하다”면서도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만큼 존속 법인의 현금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 환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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