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3일 오전 대전교육청 제27지구 제13시험장이 마련된 괴정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교육청 제공) 2020.1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수능 치르는 것 자체보다 대학별고사를 앞두고 자가격리자가 될까 봐 더 걱정이에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 수험표를 받으로 온 수험생 김혁진군(19·가명)은 수능보다 그 이후를 더 걱정했다. 올해 대입에서 수시전형에 응시한다는 김군은 "자가격리자나 확진자는 (몇몇 대학의)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못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능 이후를 걱정하는 것은 김군뿐만이 아니다.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가격리 대상자는 대학별 수시면접이나 논술전형을 못보나요" 등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난달 27일 "자가격리자들도 대학교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 어렵게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대학별고사를 앞두고 또 한 차례 입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들이 대부분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확진 대상의 응시를 허용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당장 4일 숭실대를 시작으로 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경희대·건국대·숙명여대 등 서울 소재 10개 이상의 대학이 수능 이후 3일 내에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이 가운데 논술전형 시험을 보는 대학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시험을 볼 수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

자가격리 수험생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8개 권역에 별도 고사장을 설치해 자가격리자들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참여하지 않는 대학이 적지 않다. 또 교육부 조처는 권고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자가격리자의 논술시험에 제한을 둔 학교는 3일 기준 한국외대, 한양대, 인하대, 숭실대 4곳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정확한 공지사항이 나온 곳은 드물었다. 입학처에서는 "별도 공지한다"는 답변뿐이었다.

아울러 자가격리 여부를 대학별고사 이틀 전까지 미리 신고하지 않으면 응시에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었다. 시험 전날 자가격리자로 판명이 날 경우에는 시험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한국외대가 지난 1일 입학처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사항에 따르면 논술고사 실시 2일 전 오전 10시까지 자가격리 사항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논술시험을 보지 못한다. 19일부터 2일동안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인하대 또한 17일 오전 11시까지 대학에 자가격리 사실을 통보해야만 응시자격이 부여된다.

교육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일 수능 이후 대학별고사와 관련해 "가급적 응시생들의 기회를 살려달라고 대학에 촉구하고 있다"면서도 "판단은 대학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도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C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자가격리자들을 위해 권역별 고사장은 준비하고 있지만 확산추이에 따라 교육부 지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가격리자에 대해 현재 공식적인 발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번 주말 논술시험을 진행하는 수도권 B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시험 전날 오후까지 음성판정이 나온 수험생들은 자가격리자여도 별도 고사실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할 방침"이라면서도 "그런 수험생들이 많아 수용범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구시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중등 임용고시 1차 시험)일인 지난 11월21일 오전 대구 달서구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응시자들이 고사장 입실에 앞서 손소독과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2020.11.2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비슷한 논란은 앞선 대규모 시험 때도 있었다. 지난 11월21일 중등교사 임용고시험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하고, 같은 달 24일 진행된 간호사 국가고시에서도 자가격리자들이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해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자가격리자들이나 확진자들도 격리해 시험을 볼 수 있는 고사실을 만들어달라"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응시 기회를 뺏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학생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시험인데 무엇을 못하겠냐"며 "증상을 숨기고 시험을 보게 된다면 확산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지금이라도 온라인으로 논술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최선의 방법은 별도 고사실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이라며 "자가격리자들 또한 확진자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 고사실에서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시험을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계가 있다면 현재 마련된 권역별 고사장에 최대한 많은 자가격리자들이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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