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모습./사진=뉴스1DB
# 이달 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명신산업’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무려 1476.64대1을 기록했다. 지난달 코스피 상장 공모주 청약에서 교촌에프앤비가 세운(1318대1) 역대 최고 경쟁률을 다시 경신했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무려 15조원이 넘는 거액이 몰렸다. 테슬라를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으로 둔 명신산업에 대한 주주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투자금이 공모주로 몰리고 있어서다. 올해 SK바이오팜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한 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로 직행)을 기록하면서 공모주 청약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또 최근 코스피가 2700선을 돌파한 후 종가 기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등 증시 호황기가 찾아온 점도 공모주 청약 열기를 띄우는 요인이다. 내년에도 ‘대어급’ 기업이 IPO(기업공개)에 나설 분위기라 당분간 투자자의 공모주 사랑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왜 공모주에 몰리나

올해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곳은 ▲SK바이오팜(7월) ▲빅히트(10월) ▲교촌에프앤비(11월) ▲에이플러스에셋(11월) 등 4곳이다. 이중 SK바이오팜과 빅히트는 ‘따상’을 기록하며 공모주 흥행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공모주에 대한 열기는 ‘테슬라 관련주’ 명신산업이 이어받았다. BTS가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인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소속사 빅히트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117대1을 기록하는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명신산업이 수요예측에서 1196대 1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이를 경신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인 명신산업의 경우 향후 미래가치가 큰 친환경·전기차 관련주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모가(6500원)가 비교적 높게 책정돼 개인투자자에게 밸류에이션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이런 요소와 별개로 명신산업이 역대급 공모 청약 경쟁률을 보인 것은 그만큼 투자자가 공모주 투자에 빠져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달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제일전기공업 ▲하나기술 ▲앱코 등도 모두 수요예측에서 10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바 있다.

표=김영찬 기자

증시 호황도 공모주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증권가에선 내년 코스피 지수가 2800선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최근 코스피는 27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가파르다. 외국인 순매수가 과도하게 이어진 일회성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개인 순매수가 함께 늘어나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도 일부 완충작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전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점도 증시 호황을 점치는 이유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가 ‘꿈의 3000’에 도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투자자가 공모주에 빠질 만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개인에게 돌아가는 공모주 물량을 기존 20%에서 최대 30%로 늘리기로 한 점도 공모주 인기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소액 청약자도 공모주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공모주=수익’ 맹신은 금물

증권가에서는 내년에 한국거래소가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공모규모가 1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대어급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준비 중이어서다.

LG화학에서 분사한 전지사업부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내년 말 증시 입성이 기대된다. 기업가치만 최대 50조원으로 평가받으며 공모주 투자자의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제작사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내년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 중이다. 크래프톤 역시 기업가치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내년 IPO 최대 기대주로 손꼽히고 있다.

기업가치가 최대 10조원으로 평가받는 카카오뱅크 역시 대어급 공모주가 될 전망이다. 현재 주관사 입찰에만 국내·외 증권사 12곳이 뛰어들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자체의 브랜드 가치와 함께 내년 공모주 중 일반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화제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관사 입장에서도 ‘드림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올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유명해진 SK바이오사이언스도 내년 상반기 중 코스피에 입성할 계획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주관사 선정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진출 악재 등의 여건으로 상장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내년 중 코스피 입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어급 공모주 청약엔 리스크도 존재한다. 대어급 공모주 투자가 무조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믿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빅히트의 경우 ‘따상’ 이후 주가가 하락하며 초보투자자는 돈만 날렸다. 교촌에프엔비의 경우 11월12일 상장 이후 2만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2주간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뒤 보유 현금을 공모주 청약에 이른바 ‘몰빵’하는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앞으로 피해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업종별 강세를 보이는 종목을 선택해 공모주 ‘핀셋’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4차 산업 관련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상장 문턱을 추가적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돼 ‘대어급’보다는 ‘중어급’ 종목이 시장을 주도할 수도 있다”며 “증시가 호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업종별 분석을 통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