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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못 가 굳은 돈으로 차 샀다
내수 웃고 수출 울고… 코로나 속 자동차 실적 희비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가 침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세계 자동차 주요 시장 중 한국 시장이 뜨겁다. 업계에선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완성차업체 5사(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한국지엠)의 국내 판매량은 147만3973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138만8327대)보다 6.2% 증가한 수치다. 최근 4년 동안 내수시장에서 국산차 판매량이 매년 줄어들다가 올해 갑자기 반전된 상황이다.
수입차 판매량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는 올 들어 11월까지 24만3440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21만4708대)과 비교하면 13.4% 늘었다.
업계가 12월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는 만큼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산차는 2002년 이후 18년 만에 판매량 160만대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차는 2018년 기록한 사상 최대 판매실적(26만705대) 경신을 예고했다.
자동차 내수, 코로나에도 왜 늘었을까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반등한 배경은 뭘까. 여러 이유가 거론되는 가운데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국산차의 내수 판매량이 6%를 다시 회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안전한 이동수단이 강조됐고 정부의 개소세 인하와 신차 출시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고자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3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신차를 구입하면 5%씩(국산차는 출고 가격 기준, 수입차는 수입 가격 기준) 내던 개소세를 70% 인하했다. 1.5%로 축소된 자동차 개소세가 일종의 혜택으로 여겨지면서 소비자의 구입 심리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 정책이 끝나는 지난 6월엔 개소세 인하 혜택이 끝나기 전에 자동차를 사야 한다는 소비자가 몰렸다. 그 결과 국산차와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1%, 43%가량 뛰었다.
단지 세금 인하 혜택 때문에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소세 할인 혜택은 최대 100만원으로 상한액이 정해졌기 때문.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생활 패턴 변화도 판매량 증가를 불러왔다고 지목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대중교통을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내 차’가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동차 구입을 고려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여행비용을 보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산업분석팀 연구위원은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자 남은 돈으로 보복소비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국내 안에서 한정된 소비를 하다 보니 개소세 인하나 금리 인하 등이 맞물리면서 자동차 구입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사활 걸린 해외시장, 수출 반등은
올해 국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자동차 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남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코로나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출량 회복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수보다 해외 비중이 큰 만큼 수출 물량을 회복하는 데 자동차업계의 사활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수출을 회복하지 못하면 ‘판매 절벽’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해외 판매 비중이 큰 현대차 경우 올 들어 11월까지 판매대수는 264만96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9%나 줄었다. 기아차도 9.6% 감소한 187만534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와 기아 외 다른 브랜드의 수출 성적은 더 초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의 수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필수 교수는 “수출 회복은 간단하지 않다”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가 도시 봉쇄를 선택한 만큼 해외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 내년 전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반면 정민 연구원은 “내년에도 코로나 영향은 있지만 학습효과와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과 기저효과 등의 이유로 자동차 해외 판매량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한국 자동차 수출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개소세 인하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수출이 회복될 때까지 국내 자동차업체가 버티기 위해선 내수시장에서라도 자동차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는 이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이고 정부 또한 관련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개소세 인하가 당장엔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론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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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2부 제약바이오팀 지용준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