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 청사 앞에 전시된 수소전기차 넥쏘 앞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오른쪽)과 미국 에너지부 마크 메네제스 차관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2021년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을 이끈 지 3년째 되는 해다. 지난 2년 동안 수석부회장으로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하며 사업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앞으로 정 회장은 그동안 그려온 그림을 보다 구체화해 하나씩 완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탈것’ 다 만드는 회사로 거듭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14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신임 회장에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그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에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정의선 시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대내·외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신속히 극복하고 확고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경직된 문화의 전통적 제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제시하며 체질개선을 진행해왔다. 조직 개편도 그 일환으로 추진됐다. 고위직 임원을 줄이고 전체 임원을 늘려 각 부문의 의사결정능력을 강화했다. 여성·40대·외국인 임원을 대거 중용하며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시승-인도-서비스는 물론 자동차 관련 연구까지 모두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무엇보다 정 회장은 달라지는 모빌리티 개념을 ‘서비스’로 해석하며 다양한 업체와 전방위적 파트너십을 맺는 데 주력했다. 나아가 미국·유럽·아시아 등 주요 지역에서 모빌리티 분야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사업도 추진하며 단계별 확대 계획도 밝혔다.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이동서비스업체와 사용자를 중개하는 것) 업체 ‘그랩’(Grab)은 물론 인도 2위 카셰어링 기업 ‘레브’(Revv)와 인도 최대 카헤일링 기업 ‘올라’(Ola)를 비롯해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미고’와 ‘카넥스트도어’ 등에도 투자했다.


2020년 7월 미국에서는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압티브’와 함께 ‘모셔널’이라는 서비스 회사를 설립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시승-인도-서비스는 물론 자동차 관련 연구까지 모두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센터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계획 실현 위한 적극 행보

정의선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및 IT전시회 ‘CES 2020’에 직접 참석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환승 거점(HUB)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모빌리티 비전을 전세계에 공유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이처럼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초부터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및 IT전시회 ‘CES 2020’에 직접 참석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환승 거점(HUB)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모빌리티 비전을 전세계에 공유했다.

5월부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잇따라 만나 미래 모빌리티 사업 관련 협력을 모색했다. 앞으로 이들 기업과 배터리 외에도 전장부품·반도체·디스플레이·소재 등 전방위 협업이 예상된다.

10월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소개한 데 이어 11월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활용계획을 내놨다. 12월엔 미국의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소프트뱅크로부터 전격 인수하며 그의 구상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췄다.

자동차업계는 정 회장이 2021년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2020년엔 그동안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초석을 쌓는 해였다면 2021년부터는 보다 구체화된 행동을 보일 것”이라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강화하기 위한 임원인사에서도 이 같은 의지가 충분히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50:30:20, 방향은 정해졌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 로봇 중 하나인 스팟(SPOT) 공개 시연을 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미래 비전을 거듭 언급해 왔다.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하며 수소 관련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뜻을 강력히 내비쳤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설루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겠다는 것. 

수소전기차기술의 핵심은 ‘연료전지’이며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자동차 외에도 그룹 차원의 새로운 사업모델이 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연료전지 여러 대를 이어 붙여 건물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비상발전시스템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현대로템은 수소전기열차를, 현대건설기계는 수소지게차를 각각 개발 중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봇 사업 관련 역량을 그룹 전반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코로나19 등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강화되고 이동의 제한이 생기면서 생활에 변화가 생긴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하며 수소 관련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뜻을 강력히 내비쳤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 같은 미래 계획에 따라 앞으로 현대차의 투자계획도 변경됐다. 현대차는 최근 ▲60조1000억원 투자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 8% 확보 ▲글로벌 점유율 5% 달성 등을 목표로 하는 ‘수정 2025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투자비 절감 및 내연기관 투자 축소 등으로 인해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36조6000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는 23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수소사업 추진과 전동화 라인업 확대 등을 위한 관련 투자가 지난해 10조4000억원에서 14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추진해온 권역 본부 중심의 생산 최적화와 판매 혁신 및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주력할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구상한 것을 현실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며 “기아차를 살리기 위해 세계 3대 디자이너 중 한명이었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것부터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전격 출전을 발표하고 고성능 N브랜드를 위해 알버트 비어만을 BMW에서 스카우트하는 등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을 펴왔고 그 결과가 서서히 꽃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업체와 협업을 이어온 만큼 로보틱스·자율주행차·친환경차·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도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