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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옥중에 전염병이 있다 하니, 진실로 불쌍히 여겨 구휼하는 것이 합당하다."
1780년대 전염병 유행하던 시기, '정조실록'에는 정조가 서울의 죄수를 다스린 일이 기록돼 있다.
무려 240여 년 전 일이지만, 당시 실록을 보곤 최근 일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대규모 집단감염지가 된 서울 동부구치소를 닮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당시 형조판서는 "옥중에 전염병이 불같이 성하니 의사로 하여금 각별히 단단히 타일러 경계해 병을 고쳐주게 하소서"라고 아뢨다.
이에 정조는 "매우 가상하다, 사수(死囚·사형이 확정된 죄수) 이외 중수(重囚) 가운데서 전염병에 걸린 무리는 모두 즉시 보방(保放·일시 석방 제도)하라"고 명했다.
비록 전염병 기운이 사라지면 도로 가두라는 전제가 붙었지만, 사수라 할지라도 이미 죄를 인정한 이들에겐 치료를 우선시하게 했다. 그 결과는 판서·참판 등(지금의 장차관급)이 직접 보고하게끔 했다.
또 중한 형벌의 죄를 저지른 이들도 깨끗한 방으로 옮겨 가두거나 혹은 보증(지금의 보석금)을 받고 놓아주라고도 했다.
그의 애민 정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단순히 서울뿐 아니라 지방 등 병이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깨끗이 쓸고 닦으라'는 명과 함께 결과를 직접 보고하게 했다.
정조뿐 아니라 이에 앞서 효종 또한 지금으로부터 370여 년 전 감옥 안의 전염병 상황에 대해 직접 지시를 내렸다.
비록 '왕조' 조선시대의 일이지만,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중심지로 꼽히는 교정 시설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동부구치소는 지난달 27일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 달여 만에 확진자가 900명대로 치솟았다.
동부구치소뿐 아니라 남부교도소, 서울구치소 등 전방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확진자들을 이감한 경북 청송군 경북 북부 제2교도소(일명 청송교도소) 등 교정 시설 인근 주민들의 감염병에 대한 공포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국가시설에서 대규모 감염이 잇따르자 K방역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방역 대책에도 크나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한 오점보다 아쉬운 건 동부구치소를 둘러싼 법무부와 서울시의 책임 공방전이었다.
때는 지난해 12월 29일. 늦장 대응 비판이 쏟아지자 법무부와 서울시는 때아닌 힘겨루기를 펼쳤다.
법무부는 전수검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가 '큰 의미 없다'고 반응해 뒤늦게 전수조사를 했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독단적으로 방역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며 반박한 것.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교정 시설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송구스럽다", 이어 지난달 31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면서 책임 공방은 끝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교정 시설을 통한 지역사회 추가 전파 가능성 등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늦장 대응이란 비판 속 법무부를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용자는 인간도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240년 전 사형수에게도 인권을 강조하며 치료를 우선시했던 정조는 2021년 새해 첫날 대한민국의 '감옥'을 어떻게 내려보고 있을까.
1780년 정조 4년 5월 22일자 정조실록 기사 말미엔 정조의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사수일지라도 이미 승복했으면 지레 죽는 것은 왕정(王政·임금이 다스리는 정치)에 어그러진다. 단단히 타이르고 경계해서 이들을 치료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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