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도 모르는 '깜깜이' 회장 선출…'대한행정사회' 졸속 추진 논란
일선 행정사들 "우린 가입비·회비 내는데 권리 없어"
설립준비위 "앞으로 의견 조율해 나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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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8곳으로 분산된 국내 행정사 협회를 통합해 오는 6월 공식 출범하는 '대한행정사회'가 통합 이전 협회 회장들의 '밥그릇 챙기기'용 단체로 전락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회원 대다수는 대한행정사회 회장 및 간부 직선제를 원하고 있으나 각 협회 간부들 위주로 구성된 설립준비위원회는 이미 주요 간부 인사안을 합의해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행정사 업계에 따르면 대한행정사회 설립준비위는 4일 회의를 열어 대한행정사회 초대 회장 후보자로 곽결호 전 환경부 장관을 선출했다. 회장 후보자는 3월로 잠정 예정된 총회에서 대의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임명된다.
일선 행정사들은 "장관급 인사가 통합 협회를 이끌게 될 것 같아서 기대감이 크고 전국 행정사 약 38만명 중 대다수가 퇴직 공무원 출신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인사"라면서도 "회장 후보가 누가 될지 사전에 전혀 몰랐고 선출 방식도 우리가 원한 방식이 아니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격을 가진 약 38만명의 행정사 중 대한행정사회의 실질적인 회원이 되는 개업 행정사는 약 1만3500명이다. 이들은 초대 회장과 감사는 행정사 50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후보로 해 대의원 총회에서 직접 무기명 비밀투표로 뽑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선제쟁취를위한전국행정사연합'(직행연합)이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행정사들이 직선제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설립준비위 체제로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행정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설립준비위는 10명의 준비위원이 이끄는데 이들 중 8명은 각 협회의 회장 혹은 주요 간부다. 나머지 2명은 외부 교수지만 이들도 사실상 각 협회 최고위층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시험출신 행정사 A씨는 "그동안 협회 회장들은 대부분 행정사 실무교육비를 받는데만 관심이 있었고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기득권에 속해있지 않으면서 우리의 의견을 대변하는 참신한 인물이 통합 단체에서 한 자리는 차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행정사 B씨는 "교수 2명을 제외한 준비위원 8명이 통합 단체의 부회장 및 이사가 되기로 합의를 마쳤다고 알려져 있다"며 "우리는 가입비 150만원, 연회비 24만원을 내 협회 살림과 임원 급여만 챙겨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회장 선출 등 주요 사항 결정권이 있는 대의원 규모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현재 대의원은 약 120명이며 이들 절반 이상이 각 협회 회장이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행연합을 비롯한 일선 행정사들은 대의원 규모가 최소 500명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 협회 정관이 확정되지 않아 대의원 숫자는 앞으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
오는 6월 발효되는 개정 행정사법에 따른 대한행정사회 출범 시기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았으나 설립준비위가 공청회와 세미나 등 의견수렴 과정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설립준비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으나 12월 창립총회를 열려다 무산됐고, 올해도 1월에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행정사 C씨는 "우리는 직선제 외에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계속해서 대화에 응해주지도 않고 그저 창립만 급하게 하려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향후 행정사 업계가 소송전으로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설립준비위 측의 한 인사는 "아직 인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8개 단체의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 기존 회장들이 통합 협회 임원이 되는 것이 부적절하진 않다고 생각한다"며 "행정사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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