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편집자주
보험산업 침체에도 제조·판매 분리 흐름 속에 고성장을 거듭해온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이 올해 3월을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초년도 수수료를 제한하는 ‘1200% 룰’ 시행과 정부·여당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 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로 GA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과 금융당국의 불건전 GA 퇴출작업으로 ‘GA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 1호 GA 탄생이 임박한 데다 대형 보험사의 자회사형 GA 설립도 잇따르고 있어 자본력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GA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소법 앞에 동요하고 있는 GA. 이들이 어떤 대책으로 생존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2021년 2월13일. 법인보험대리점(GA)협회에서 10개 대형 GA 준법감시인 등 실무자로 구성된 ‘금소법 대응 TF(태스크포스)’ 5차 회의가 열린 날이다. 지난 1월 중순 1차 회의 때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회의를 거듭할수록 무거워졌고 이날엔 정점에 달했다.
이날 모인 실무진은 심각한 얼굴로 오는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회에서 10년 동안 표류했던 금소법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GA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GA는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가장 쉬운 것부터 손질하겠지만 모든 GA를 제어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TF 5차 회의에서는 ▲설계사 대상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교육자료 초안 ▲설명의무 이행 확인서 등 통합확인서 초안을 마련해 검토에 들어갔다. TF는 또 금소법 감독 규정에 반영해야 할 사항과 과태료 부과기준 관련 감독 당국의 검사·제재 규정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교육자료는 6대 판매원칙과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 및 과태료 부과 기준 등으로 구성됐다. 금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GA업체와 소속 설계사에게 주요 내용을 이해시켜 규제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불완전판매다. 금소법은 소비자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완전판매를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판매자 책임을 강화하고 과태료 기준을 기존 대비 10배가량 크게 높였다.
보험업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인 보험설계사만 4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이중 절반 이상인 23만 명이 GA 소속이다. 완전판매를 지향한다고 해도 영업 현장에서의 불법 상황을 모두 근절하기 어려운 데다 불완전판매가 아니더라도 판매자가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설명의무 위반 시 개별 설계사에게 부과되는 과태료가 기존 대비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법 시행 이후 영업 위축이나 수익 감소 등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때문에 설명의무 등 판매행위 규제를 제대로 지켰는지 입증할 근거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영업현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역시 설명의무 이행 입증 방법과 과태료 관련 대응책 마련이다.
일부 은행권에서는 금소법에 대비해 녹취시스템을 마련해 점포 내방 고객을 응대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보험은 점포에 내방하는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는 대면영업이어서 이러한 녹취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 또한 판매채널인 GA의 경우 보험사 대비 자본력이 낮아 비용 부담도 문제다.
GA업계 관계자는 “판매행위 규정 준수와 근거 마련을 위해 초반에 녹취 이야기도 나왔지만 시스템 마련을 비롯해 녹취 내용을 보관하고 저장할 서버를 갖추는 등 비용 부담이 커 자본력이 크지 않은 GA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라며 “원수사(보험사)에서 추가적인 방안을 내놓을지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GA협회는 기존 고지의무 확인서 외에 설계사의 설명의무 준수 사실을 입증하는 동시에 차후 소비자가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해당 내용을 번복하지 못하게끔 추가적인 서류를 마련해 근거를 제시하도록 통합확인서를 만드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GA, 상호명 명확히 명기해야
개별 GA 입장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보험소비자가 상호만으로는 보험대리점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오인 요소를 없애야 한다.
금소법은 △△에셋이나 △△자산관리 등의 상호명을 간판 등에 사용할 경우 보험소비자가 해당 대리점을 자산운용사 등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으므로 ‘○○보험대리점’을 상호명에 명시하도록 했다. GA 지점의 지사 등은 소속 지점과 종속관계를 표시해야 하며 다른 대리점 상호 등을 연결해 사용해서도 안 된다.
최근 GA 지점에 등록된 지사가 블로그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개별 GA인 것처럼 판매행위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금소법 이후 소비자의 오해로 판매책임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유튜브·블로그·SNS를 통한 불완전판매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소법 제22조(금융상품 등에 관한 광고 관련 준수사항)에서는 ‘금융상품에 관한 광고’ 외에 ‘업무에 관한 광고’를 규정하고 있다.
금소법은 직판업자인 보험사 또는 GA 등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 등의 광고가 금융상품판매와 관련됐다면 사전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명시하고 있다. 즉 보험사 또는 GA 등의 금융상품판매와 관련된 온라인 광고는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GA와 설계사, 유튜브로 허위광고 못 할 것
금소법이 시행되면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협회도 GA의 업무광고를 사전심의해야 하는 입장이라 각 사별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GA업계에서도 업무광고의 범위와 정의가 어떻게 규정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GA 소속 보험설계사는 유튜브·SNS·블로그 등 온라인 활동을 영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소비자의 호응이 뒤따르면서 GA 소속 설계사의 관련 활동은 더욱 늘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금소법은 현재 입법예고 중인 관계로 새롭게 추가된 업무광고에 대한 범위와 정의는 본격 시행되는 이달 25일 이후에나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GA업계도 소속 설계사의 온라인 상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소속 설계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전민준 기자
시대 미래산업부 전민준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