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등 백신 보유국들이 자국의 백신 생산력을 바탕으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국제 외교의 주요 수단으로 등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각) AFP통신은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백신 생산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백신을 무상 공급하면서 이른바 '백신 외교'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강대국이 백신 물량 확보에 힘쓰는 틈을 타 다른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중국, '강대국 한눈판 틈타' 책임있는 강대국 이미지 만들기

미국과 EU가 백신 물량 확보에 힘쓰는 동안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자국 백신을 무료 혹은 유료로 공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16일 중국 시노팜사의 백신 100만회분을 운반하는 비행기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니콜라 테슬라 공항에 도착한 가운데 한 남성이 세르비아 국기 옆에 중국 국기를 든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이 자국민을 위해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유럽도 약속된 백신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는 동안 중국은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초반 자국 생산 마스크를 주변국·동맹국들에 주다가 이제는 자국 생산 백신을 무료 혹은 유료로 공급하고 있다.


백신 약 20만회분은 ▲알제리 ▲세네갈 ▲시에라리온 ▲짐바브웨에, 50만회분은 파키스탄에, 75만회분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보냈다.

베르트랑 바디 파리 사이언스-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반구 국가들이 완전한 이기심만 보여주었던 시기에 중국은 남반구 국가들의 옹호자로 자신을 내세울 수 있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유럽연합(EU)가 역내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거는 등 강대국들이 보여준 백신 이기주의에 반해 중국은 개발도상국 등에 백신을 무상 공급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단 설명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구소련 영광 되찾을까… '스푸트니크 V'로 영향력 확대

러시아는 자국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유효성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28일 볼리비아 엘알토 국제공항에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수송하는 컨테이너가 도착한 모습. /사진=로이터
러시아는 구소련이 발사한 첫 인공위성의 이름을 딴 스푸트니크 V 백신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임상시험 자료 부족으로 불신받던 스푸트니크 V는 의학전문지 랜싯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후 세계 각국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EU 소속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는 유럽 제약사들이 백신 공급을 지연시키자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러시아 백신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바디 교수는 "러시아가 권력을 되찾는 방법은 결국 자국이 미국보다 코로나19 피해가 적고 서유럽 국가들보다 자국 백신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관계에서 이미지는 결정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힘을 다시 세우고 서방세계와 동등하게 존중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이스라엘 등도 백신 외교 참전… 미국은 "자국민 우선"

인도, 이스라엘 등도 백신 외교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이스라엘 허즐리야의 접종센터에서 백신을 접종받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 외교 선두를 달리는 동안 다른 국가들도 뒤늦게 경쟁에 돌입했다.

인도는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이웃 국가들에 대한 백신 공급에 착수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1위를 달리는 이스라엘도 온두라스와 체코에 백신을 공급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스라엘 봉쇄 하에 있는 팔레스타인 영토인 가자지구와 튀니지에 백신을 기증해왔다.

늦었지만 EU 역시 백신 외교전에 뛰어들 예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EU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와 중국은 모든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다소 통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백신을 공급해오고 있다"고 지적한 뒤 "경주는 끝나지 않았다. 이것은(백신 외교) 마라톤이다. 후반부 아니 최소한 3분의 1은 남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반면 미국은 백신 외교보다 자국민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중국·러시아의 백신 외교에 대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일 "러시아와 중국이 자신들이 장악하지 않은 국가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백신을 이용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백신을 이용해 각국의 인권과 발언·종교·언론 등의 자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키 대변인은 "하지만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미국인 접종"이라고 강조하며 자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예방수칙, '의무'이자 '배려'입니다"
#올바른 마스크 착용 #건강한 거리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