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2+2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3.1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5년만에 미 국무·국방장관이 방한해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가 열렸지만, 한미는 북한문제·중국 견제에 있어 이견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적 해결과 대북 대화를 중시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북한 인권과 중국의 반(反)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 예상 밖으로 '강경론자'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측과의 대화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본 기조를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블링컨 발언에서 나타난 한미 간 간극을 이른 시일 안에 줄여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對) 중국 관계에 있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17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 일삼고 있다"며 "우린 기본권과 자유를 지켜야 한다. 아울러 이를 억압하는 자들과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향해 "홍콩 경제를 조직적으로 잠식하고 대만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면서 "티베트의 인권을 유린하는 등 남중국해 지역에서 영토 주장을 하며 침해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고 최대교역국인 중국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동안 북중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해왔다.


해당 내용이 한미 2+2 회의 공동성명엔 포함되진 않았지만 미국 외교수장이 한국에서 직접 언급한 만큼 계속해서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 동맹에 대한 동참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2+2 회의 공동성명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다소 차이가 느껴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이날 한미 2+2 회담 직후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중국 견제 비공식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관한 질문에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블링컨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쿼드는 비공식적인 동조국들의 모임"이라며 "(여기서 다루는) 여러 이슈에 대해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온도 차이를 보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 공동기자회견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3.1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선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는 뼈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격화되는 미중 패권갈등 아래 미국은 한국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것.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취해온 '전략성 모호성'이 유효기간이 끝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간 입장차가 확인됐다며 조율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강력한 중국에 대한 메시지가 나왔다"면서 "한국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공동성명에서 기조를 완화하면서 봉합했지만 이번 방한 계기를 통해 한국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블링컨 장관이 미국으로 돌아가서 이를 리뷰하면서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한국을 압박하거나 거리두기를 할 것"이라며 한국이 계속해서 여러운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인권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내면서 북한에 대해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인권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이제는 공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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