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경영’ 열풍이 뜨겁다.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은행권은 ESG채권을 발행해 ESG경영에 속도를 낸다. ESG채권은 2007년 유럽투자은행(EIB)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해 기후인식채권을 발행한 후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그린본드’를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SG채권 발행액은 약 5000억달러(약 560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고 국내 기업이 발행한 ESG채권은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20조원까지 발행금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경기 하락 방어와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며 국내 금융회사의 ESG채권 발행에도 적극적이다.

‘착한채권’, 기업·중소기업에 자금 지원

금융회사가 ESG채권을 발행하려면 외부 기관으로부터 사전·사후 검증을 받아야 한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뿐 아니라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에서 ESG채권 검증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2021년도 녹색금융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12개의 실천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환경정보와 관련된 공시를 확대하고 녹색채권 발행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녹색채권은 발행자금을 환경개선 목적을 위한 녹색 프로젝트에 사용하고 자금 사용처 등 녹색채권원칙(GBP)의 4개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올해 시중은행은 총 5건의 ESG채권을 3조52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5000억원 규모의 원화 지속가능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친환경과 사회적 사업 분야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한 ESG채권이다. 당초 3500억원 규모를 예상했으나 수요예측에 2배 이상이 몰려 발행액을 1500억원 높였다. 

이달 17일에는 1000억원 규모의 원화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채권의 발행 만기는 1년, 발행 금리는 0.89% 고정금리다. KB국민은행은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재원을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 국내 저탄소 녹색 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17일 1조500억원 규모의 원화중소기업금융채권을 발행했다. 은행권에서 발행한 ESG채권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채권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사회적채권 가운데 최고 등급인 ‘SB1’을 받은 것이 특징이다. 이어 기업은행은 5000억원 규모의 ESG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자금으로 활용키로 했다.

은행권은 글로벌 ESG채권 발행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하나은행은 5억유로 규모의 중장기 외화채권, 우리은행은 5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선순위 채권을 발행했다.


은행 관계자는 “ESG채권은 ‘착한 투자’라는 인식이 더해져 성공적인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ESG채권 발행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ESG기업에 우대금리, 그린워싱 방지

은행권의 ESG경영은 의사 결정에서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도 고려한다. 최근에는 ESG채권 발행 외에 ESG기업을 위한 대출상품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녹색금융 상품을 선뵀다. 녹색금융 상품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금융상품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일 친환경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는 ‘그린론’(Green Loan)을 주선했다. 그린론은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에너지 효율화 등 친환경 사업으로 용도로 한정한 대출이다. 인증기관을 통해 자금의 사용처와 성과에 관해 인증받고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

하나은행이 주선한 1000억원 규모의 그린론은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국내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하나은행 측은 “그린론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으로 인증을 취득하는 등 녹색금융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도 방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은 ESG경영 우수기업과 그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신한 ESG 우수 상생지원대출’을 내놨다. ESG 경영 우수 기업을 대상으로 연 0.2~0.3%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준다. 

ESG대출의 성패는 은행이 기업의 ESG 요소를 얼마나 잘 평가하는지에 달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월 ESG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룹과 계열사의 ESG경영 성과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성과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배출량 관리 ▲친환경금융 지원 ▲스타트업을 위한 혁신금융 ▲ESG 대출 및 투자 심사 체계 등을 수치화해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SG경영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기획부 내 ESG 기획팀을 신설하고 ESG사업 기획과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ESG와 혁신금융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NH아문디자산운용이 출시한 친환경 신상품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ETF’에 가입했다. 이 ETF는 금융지주의 ESG 비전과 추진계획의 체계적인 실행 차원에서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기업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권준학 은행장은 “ESG·녹색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녹색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친환경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