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21년 3월2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이 유럽(EU)과의 동맹 복원을 위해 유럽국가들과 중국 간 일부 협력관계를 인정한다고 언급하며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간 공고했던 동맹체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시키고 EU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행동을 벌이면서 균열이 생겼다.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 체제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미국에 대한 유럽의 불신은 지속되는 기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 같은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22일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23일부터 24일까지 관계자들을 만나고 미국과의 협력을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은 나토 본부에서 가진 '미국의 동맹 재확인 및 재구성'(Reaffirming and Reimagining America's Alliances) 연설을 통해 중국, 러시아 등을 '미국과 동맹국들의 위협국'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과정에서 "미국은 (유럽에)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우리(미국) 또는 그들(중국)'이라는 선택을 동맹국들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됐다.


이는 블링컨 장관이 앞서 일본, 한국을 순차로 방문한 아시아 순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말이다. 아시아 순방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동맹 강화 문제에 방점이 찍혀 모든 논의가 진행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함께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이 우리의 집단적 안보와 번영을 위협하고 있으며 국제 시스템의 규칙과 우리 및 동맹국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해서 중국과 기후변화나 보건 안보와 같은 부분에 대해 협력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동맹국들이 중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외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낸 공동성명을 통해서도 유럽과 중국관계를 일면 인정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동성명에는 '양측은 세계적인 도전과 기회에 대한 전폭적 논의를 위해 중국에 대한 양자대화를 재개하기로 했으며 중국과의 관계는 협력, 경합(competition) 그리고 체제 경쟁(systemic rivalry) 등의 요소로 구성되는 다면적인 것이라는 데에 이해를 함께 했다. 양측은 또 경제문제, 인권, 다자주의, 기후변화와 같은 주제들에 있어 고위 관료들과 높은 수준의 대화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명시됐다.

여기에는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EU가 중국과 경제협정을 강행한 점이 미국에 작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EU는 지난해 12월30일 'EU-중 포괄적투자보호협정'(CAI)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다만 최근 EU가 인권유린을 이유로 중국측을 제재하고 나서고 이에 중국이 유럽측 인사를 제재하는 것으로 맞대응하면서 일부 EU 회원국에서는 협정 비준 반대 여론이 일고 있는 상태라는 점이 미국에는 호재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발언을 통해 나토의 방향성을 잡으려 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제는 중국이 견제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나토가 나아갈 길을 에둘러 제시했다는 뜻이다.

나토는 대(對)소련(러시아) 봉쇄를 위해 미국과 유럽이 손을 잡고 출범시킨 조직이지만 1990년대 들어서 소련이 붕괴한 뒤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한편으로는 블링컨 장관의 발언이 미국과 유럽 간 현실적 입장 차를 내보인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EU로 대표되는 유럽은 미국과 중국의 균형을 맞추고 세계의 다극화를 촉진하는 '또 다른 축'이 되길 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원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다.

로이터는 "EU에 속하는 프랑스와 독일은 EU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과 긴밀히 동맹해 다른 강대국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며 "프랑스가 이끄는 EU는 동맹국이자 보호자인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기를 원한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도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경제를 개방적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求時報)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또한 "EU는 미국과 중국에 맞선 다른 축이 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 역할을 지속해주길 원하고 있어 이는 양측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과 유럽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