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업 성취도도 '양극화'…코로나19가 불러온 비극
저학년 위주 자기주도학습 떨어져…비대면 수업 부작용
새로운 환경 맞아 대학 혁신 필요…위기지만 기회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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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지난해 서울 내 모 사립대를 입학한 김진명씨(가명·20)는 지난 1년간 자신에게 남은 건 공허함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캠퍼스 생활은 해보지도 못한 것은 물론,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자신이 무슨 공부를 했는지도 갸우뚱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바로 수업이었다"며 "질 낮은 온라인 수업에 교수님들의 피드백은 없었고, 내가 들은 수업들이 정말 비싼 등록금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지 의문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나태해지기 시작했고, 스스로 공부하는 의욕은 사라졌다고 했다. 심지어 반드시 봐야 하는 수업 동영상을 2~3배속으로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한 적도 비일비재했다고 했다.
김씨는 "마치 시험이나 목적이 없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며 "비대면 수업의 단점은 모두 경험한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2학기에는 아르바이트에 더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애초 지난해만 학교를 다니고 올해는 입대를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시국에 경쟁률이 심해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김씨는 한 학기만 더 다니고 휴학을 한 뒤 다시 입대를 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는 대학생들의 경제적 양극화만을 가져온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이 가져온 수업의 형태, 질의 변화는 김씨와 같이 학업 성취도 저하와 같은 사례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수업을 들었던 학생 1724명 중 75.3%가 '원격수업으로 인해 수업의 내용 등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오프라인과 별 차이 없다'고 답한 대학생은 20.1%로 적었고, '수업의 내용 등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자는 4.6%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 내부에서도 여러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온다. 초중고뿐 아니라 대학교육 역시 교육격차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의 활용능력이 부족하거나 자기 관리 및 시간 관리를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학습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일권 광운대학교 교무처장은 "온라인 수업에서는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학업을 끌어올리는 경우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며 "자기 관리가 부족한 학생은 어려움이 심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위워크가 리서치 및 전략 전문기업 'brightspot strategy'와 함께 미국 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2020년 1학기부터 2학기까지 학생들은 본인의 학업 성장, 개인 성장, 커뮤니티 경험이 평균 14~21%까지 하락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학생들은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느낌"과 "장기 프로젝트 참여"가 각각 23%, 20% 감소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학업의 성취도를 하락시켰다는 지표가 다수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대학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역설적으로 대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업의 내용과 질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역량 및 대학수준 하락, 장기적으로는 학위의 가치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대학들은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데 올해 4학년을 맞은 이정윤씨(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25) 사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씨는 지난해 학교에서 진행한 ‘참빛설계학기’에 참여했는데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1226609' 캠페인이 화제를 모았다.
참빛설계학기는 학부 학생들이 팀 기반으로 자기 주도적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창의적 교육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전공 심화에 그치지 않고 인문·예술·국제교류·창업 등을 연계한 주제까지 포괄한다.
이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주도적 학습과 수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진행된 비대면 수업은 이 시기 진행할 온라인 캠패인 프로젝트를 더 빛나게 하는 요소가 됐다.
이씨는 "처음에는 대학 내 문화생활을 바꾸는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스스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틀고 의미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자발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학점을 딴 일은 쉽게 겪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소개했다.
온라인 수업과 자기주도학습이 스스로를 게으르게 만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씨는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고 나니 스스로 하는 학습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며 "막히는 부분은 교수님에게 묻고 티칭이 아닌 코칭을 받으면서 해결해 나갔다"고 말했다. 자기 스스로 학습을 하다 보니 대면 수업보다도 더 많은 질문과 피드백이 있었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씨가 주도한 프로젝트는 지난해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캠페인은 국가보훈처를 통해 태극기 배지 제작으로 이어졌고 같은 해 6월 25일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부 인사들이 해당 배지를 착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본질이 학생의 변화에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높은 학업 성취도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학교가 더 좋은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설치하면 코로나 시대에도 질 높은 학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교가 이 부분을 더 잘 활용하고 홍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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