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을 보이던 법원 경매시장에 3월 들어 수요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2월 15.29명에서 3월 6.3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동산 경매시장은 전체 시장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결과가 바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경기 흐름과 집값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며 최근 몇 년간 모든 수치에서 우상향 곡선만 그리던 경매시장에 이상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신건이 늘어난 데 비해 응찰자 수는 줄고 있는 것이다. 올 3월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강남3구 아파트 입찰자 절반 이상 ‘뚝’

얼마 전까지 집값 상승과 전세 품귀 현상 등으로 법원 경매시장에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면서 올 2월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이 역대 최고인 74.7%를 기록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79건으로 이 가운데 283건이 낙찰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 월 100여건 정도였던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코로나19 여파로 30~40건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물건은 나오자마자 소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호황을 보이던 법원 경매시장에 3월 들어 수요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경매 시장의 호황은 올 들어 2월까지만 해도 이어진 집값 상승장세의 연장이었지만 3월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무엇보다 입찰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2월까지만 해도 물건당 많게는 50~60명씩 몰렸지만 3월 들어선 입찰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2월 15.29명에서 3월 6.3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경매 진행 건수 급증… 경기 좋지 않다는 반증?

이런 가운데 수도권 경매진행 건수는 늘었다. 하지만 낙찰률은 낮아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504건으로 이 중 321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63.7%를 기록했다. 이는 2월과 비교해 진행 건수(379건)는 33.0%가량 증가한 반면 낙찰률(74.7%)은 11.0%포인트 줄어든 결과다. 같은 기간 강남3구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87.5%에서 50.0%로 37.5%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수도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월 107.2%에서 3월 109.0%로 흔들리지 않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 시장에서 집값이 조정을 받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지표가 입찰자 수 감소”라며 “낙찰가율은 통상 1~2개월 뒤 반영된다는 점에서 이후 추세를 좀 더 살펴야겠지만 현재 집값 상승세가 주춤거리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 급증과 관련해선 “보통 2월의 경우 설 연휴와 함께 일수도 적어 법원 접수 건수가 1년 중 가장 적지만 올핸 유독 더 적었다”며 “경매 물건 증가는 주택 수요자가 은행이자를 갚지 못해 넘어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 큰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도권 집값은 오를 만큼 올라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점과 오랫동안 지속된 상승세에 조정이 더해졌다는 점을 주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504건으로 이 중 321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63.7%를 기록했다. 이는 2월과 비교해 진행 건수(379건)는 33.0%가량 증가한 반면 낙찰률(74.7%)은 11.0%포인트 줄어든 결과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입찰가 산정부터 ‘혼란’

현장 전문가들은 경매시장 참여자의 가격산정에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3월에 집행된 강남3구 경매 물건 중 송파구의 한 아파트(전용 85㎡·3층)는 14억853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의 2순위 입찰자는 13억9000만원을 제시했다. 약 1억원 차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13층 물건은 2월 1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입찰자의 가격산정에 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낙찰자는 지난해의 흐름으로 집값이 우상향할 것으로 봤을 것이고 2순위 입찰자는 집값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보수적 입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무리하게 높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더라도 45일 후 잔금을 처리할 때 호가가 올랐고 2개월 후 입주할 시기쯤이면 더 오른 것처럼 낙찰자는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며 입찰가격을 산정했을 수 있다”고 봤다.

강남아파트 경매 6년 연속 활황세… 올해는 조정?



EH경매연구소가 대법원 경매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각가율(감정가대비 실제 낙찰된 금액 비율)의 경우 ▲2015년 94.6% ▲2016년 93.9% ▲2017년 98.8% ▲2018년 113.4% ▲2019년 98.1% ▲2020년 108.6% 등 6년 연속 9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장기간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은 흔치 않은 일로 경매업계에선 매각가율이 90%가 넘는 경우 ‘상승장’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매각가율 사이클 상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강은현 대표는 “과거 참여정부 당시 최근보다 더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5년간 상승한 후 6년째 조정에 접어든 일이 있었다”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구매력이 있는 수요가 시장에 항시 대기하고 있다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최대한 대출을 받아 ‘공황 구매’를 한 수요자가 집값 상승에 힘을 보탰지만 올해 이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경매는 감정 후 입찰까지 통상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에서 3월에 나온 물건의 감정가는 집값이 고점이던 지난해 9~10월쯤 평가된 것이다. 현재의 거래가나 호가보다 높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과 세부담 증가 등을 감안하면 매력이 떨어지는 물건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들어 최근까지 경매 관련 수치가 높은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매 법정 휴정 등으로 매물이 몰렸기 때문일 수 있다”며 “연장된 대출만기 등이 도래하는 시점에선 일반 매물과 마찬가지로 낙찰가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